📚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권용덕 | 김영사(2026)

2026. 8. 10. 08:42교육,시대경영

이 책은 장애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20년차 특수교사가 아이들이 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부모와 인터뷰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나 또한 맡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나아가 자립하는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한 과정 한 과정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더더욱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는 그들의 가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제도적으로 보편화된다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겠건만, 그들의 길은 아직도 특수하다. 남들이 선택하는 평범한 선택의 길이 이들에겐 너무 좁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궁리하게 된다. 

 
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한 시기를 마무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특히나 발달장애가 있는 청소년에게 졸업은 '끝'이라기보다 보호와 제도 속에서 비교적 선명하던 길이 갑자기 흐려지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6
 
'특수교사에게는 제자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졸업 후 찾아오는, 그리고 연락되는 아이들이 대체로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장애 자체가 그 원인이거나 졸업 후 아이들의 삶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관심이 옅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6
 

1. 사라진 아이

 
장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사회에서 용인될 때, 그때 장애는 진짜 개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가 개성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36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장애는 정말 극복할 수 있을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감기처럼 나아지는 병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상태. 장애는 영속하는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기에 극복할 대상도 아니고, 영속하기에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면 되는 것이다.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장애인 대부분이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누구나처럼 그들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장애 당사자는 극복을 원하지 않는다. 누구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길 원할 뿐이다. 38
 

2. 어느 하나 소외되지 않게,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다수 또는 부정 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디자인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을 '유니버설디자인 universal design'이라고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보편적 설계라는 용어로도 쓰이며,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최대한으로 독립적이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환경,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61
 

3.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통합교육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리고 성적이 중요해질수록 어려워진다. 그래서 어쩌면 입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그나마 통합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이 기간에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낼 수 있다. 75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일자리는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게다가 여덟 시간 근로로 월급도 많았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 여덟 시간 근로를 하고 월급을 받지만, 발달장애인 일자리들은 대부분 네 시간 근로가 많다. 이는 발 달장애인이 네 시간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와 함께 기관 입장에서는 하루 여덟 시간 근무에서 네 시 간씩 두 명을 고용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80
 
이수매니지먼트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1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부속병원 등 부속기관의 제과팀. 의료원팀, 카페팀, 이화상점팀 등 다양한 팀에서 장애인 직원의 역량에 적합한 직무를 맡고 있다. 85
 
장애인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장애인은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으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89
 
삼성전자에서는 2023년에 '희망별숲'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많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희망별숲에는 제과 제조 직무를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도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꼼꼼한 일처리가 가능할 수 있음을 알고, 그들이 충분히 잠재력을 키워나가며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무와 환경을 개발한 것이다. 93
 
매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지역사회 내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 고 있다. 카페 바리스타, 도서관 사서보조, 우체국 우편물분 류원, 사무실 사무보조, 장애인 e스포츠선수, 화가, 데이터매니저, 디자인 직무, 휠마스터(휠체어 등을 정비∙관리하는 직업), 온라인패커, 도시양봉가, 제과제빵사, 테마파크 캐스트, 편의점 스태프, 요양보호사보조, 자전거정비사, 티마스터, 새싹재배사, 무장애여행플래너(이동, 정보 접근 등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 약자를 위해 여행을 기획하는 직업), 알기 쉬운 자료 감수원 (이용자의 입장에서 자료가 이해하기 쉬운지 감수하는 직업) 등 많은 일자리가 개발되고 있다. 95
 
<최저임금법>은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든 법이라고 하지만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최 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당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평균 10~3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아니, 살아지게 된다. 97
 

4. 아이의 역사와 부모의 역사는

 
자녀가 어린 나이에 장애로 진단받으면 그것을 고치고자 무수히 많은 일을 하게 되는데, 장애는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사실을 많은 부모에게 이야기해주고 싶고 또 이야기해주지만 결국은 다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선배 엄마로서 몹시 안타깝다고 한다. 114
 
어린 엄마들에게 다시 한번 더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디 치료와 교육에 목매지 말고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120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큰 상처를 받게 되고, 평생 이어지는 자녀의 교육과 치료는 상당 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24시간 또는 평생 지속되는 돌봄과 부모의 역할은 신체적ㆍ심리적 어려움을 불러오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며 우울함과 고립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122
 
자녀가 긴 시간 받아온 교육과 치료를 일상생활에서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교육 전문성이 필요하다. 123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어려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 라 할 수 없다.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끊임없는 노력을 오롯이 한 가정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사회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다. 이들의 삶이 더 이상 힘들고 고단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125
 

5. 가장 싫지만, 가장 좋은 곳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의 독립을 이야기하면 무언가 스스로 다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준비 가 되지 않았으리라 보고 독립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다. 하 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어서 독립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밥이든 빨래든 청소든, 출근 준비하고 회사를 다니며 계획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고 어려운 법이다.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거다. 혹 배워가는 게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사회적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니 더 이상 누군가의 독립을 다른 사람이 판단하지 말고,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면 좋겠다. 138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상대적 자립'으로 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 자립이란 완전한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자립 생활이 어렵다 하더라도, 개인의 기준에서 이전 생활보다 상대적으로 더 자립적 생활이 가능하다면 이를 자립으로 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주체적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닌 개개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가 자립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145
 
자립에 대한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보고, 필요한 제도와 인력을 연결한다면 누구나 자립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가고, 그 삶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서 '장애'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146
 
사랑은 허락이 아니라 용기이며, 결혼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결혼은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소중한 권리이자 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결혼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인정도 받을 수 있다. 이는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146
 
얼마 전 결혼을 하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주인공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 당사자인 정은혜씨와 조영남 씨다.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TV에도 출연했다. 결혼하는 것은 참 평범한 일인데 두 사람의 결혼이 이렇게나 이슈화되는 것을 보면 발달장애인의 결혼만은 참 특별한 일인 것 같다. 148
 

6.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특수학급은 장애 학생의 개별화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반학급에서의 통합수업을 지원한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 간 협력을 조정하고 학생들 간의 또래 관계 형성을 꾀하며, 비장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장애이해 교육을 진행한다. 이렇듯 특수학급의 원래 취지는 그 역할을 통해 학교 전체의 포용적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특수학급은 일반학급 외의 또 다른 학급 개념이라기보다는 통합을 위한 지원 체계로 보아야 한다. 159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되다 보니 비장애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고 돌보며 공부에 집중하게 된다. 자연스레 주변을 향한 관심은 줄어들게 되니 '통합'의 의미는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장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그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잠을 자는 것이 오히려 통합 환경에 잘 적응한다고 여겨지는 교육 현실이다. 171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어떠한 통합교육도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172
 
교사가 변하면 학생들도 변한다. 담임교사가 보이는 관심의 표현은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에게 보이는 관심의 표현과 연결된다. 담임교사가 장애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으로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사는 학생들의 거울이다. 173
 

7. 천천히 해도 괜찮아

 
발달장애 학생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실제로 대학에 다니는 것은 더 이상 새롭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70퍼센트를 넘어섰고,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20퍼센트도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 20퍼센트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에 발달장애 학생은 지체. 뇌병변장애 학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통합교육은 고등학교가 그 끝이 아니라 대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195
 
발달장애 학생들은 어떤 대학을 다니고 있을까? 우선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대학과 학과가 있다. 말 그대로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대학 과정으로, 대학 전체 또는 대학 안의 일부 학과들이 발달장애 학생을 공식적으로 선발해 특성화교육을 운영하는 형태다. 대학 및 대학의 학과, 대학 부설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대안대학의 형태로 운영되며, 졸업 후에 학사학위가 주어지는 인가대학과 학사학위가 주어지지 않는 비인가대학이 있다. 안산대학교 에이블자립학과,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부,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구대학교 특수창의융합학과, 호산나대학교 등 많은 대학과 대학의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다. 197
 
일반대학의 일반학과에도 많이 진학하고 있다. 기존에 학생 유치가 제법 잘되던 수도권의 많은 대학도 유치의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이에 장애인 특별전형 등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대학 일반학과에 진학하고 있는 발달장애 학생들 중 약 33 퍼센 트가 가족. 사회. 복지학에 재학 중이다. 그 뒤로 음악 관련 학과에 약 10퍼센트가, 무용. 체육 관련 학과에 약 5퍼센트의 발달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다. 198
 
발달장애인에게 대학 입학이 '새로운 시작'이 아닌 '또 다른 어려움의 시작'이 되고 있다. 장애 특성에 맞는 학습 지원과 실질적인 진로 연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대학 교육의 가치가 완성될 수 있기에 대학은 물리적 개방을 넘어 이들이 전공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포용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203
 

8. 집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고령장애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면에는 '장애인의 고령화'와 함께 '노인의 장애인화' 현상도 있다. 장애 원인 중 후천적 원인, 즉 살아가면서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신체 기능이 저하해 장애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20
 
고령장애인이 급속도로 중가하는 추세 속에서 조기노화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장애를 갖고 살아가다 고령화된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 보다 15~25년 빨리 조기노화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해 지적장애인은 50세 그중 다운증후군 장애인은 40세를 노인으로 하자는 잠재적 합의도 이루어졌다. 222
 
발달장애인 가족의 약 60퍼센트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한 이유는 발달 장애인 자녀를 평생 지원하고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과 돌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224
 
인권운동가 주디스 엘런 휴먼은 말했습니다. "장애가 비극이 되는 순간은, 사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을 때뿐이다."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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