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 이수인 | 어크로스(2024)

2026. 10. 28. 19:41ㆍ교육,시대경영

🙃토도수학, 토도한글 이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여러 해 동안 참 잘 사용해오고 있는 1인이다. 특히 다문화아이들과 오래된 학습무기력으로 학습 거부감이 심한 아이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다. 공부가 아닌 학습, 억지가 아닌 재미, 강제가 아닌 선택의 장점들이 있기에 나름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관찰하면서 활용중인데 퍽이나 만족한다. 이 프로그램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고, 만든 이들의 스토리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더욱 더 잘 사용할 듯 하다.

 

어느 날, 낯이 익은 의사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는 나에게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느나고 지나가듯 말을 건넸다. 나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게임 개발자... 비디오 게임 만드는 일을 했어.'" "우와, 멋지다!" 의사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기술이 너무나 필요한데.' 이 대화가 내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6

 

에누마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제품을 만든다'라는 미션을 따르는 기업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빨리 배우는 아이가 하나도 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느리게 배우는 아이가 실패하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우리 제품은 이른 나이에 학습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 교사가 가르치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이주 배경을 가졌거나 학교의 교과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7

 

다행히도 우리는 기술로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하 나 찾았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던 아이들이 디지털 학습 제품을 이용해 공부할 마음이 들고, 최소한의 읽기 쓰기와 셈하기를 익힐 수 있음을 증명했다. 8

 

 

 

 

1. 실패가 예정된 아이들을 위한 제품

 

닥터 골라비는 소아과의사이자 유전학자로 40년 넘게 일하며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을 지켜본 사람이었는데, 몇 번이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와 자기가 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닥터 골라비는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그 아이와 어떤 인생을 살기로 결정하는지에 따라서 부모의 삶이 바뀐다고 말해주었다. 18

 

나는 어쩌다가 미국에 왔고, 영어를 잘 못하는 이민자로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그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인간 뇌의 능력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계속 자극을 주고 학습하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도 학습의 목표가 완벽하고 홀륭한 결과를 얻거나 또래 중 제일 빨리 잘하게 되는 것에 있지 않고, 매일 조금씩 더 배워나가는 것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데 있다는 것을 배웠다. 22

 

유명한 게임 기획자인 라프 코스터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이라는 책에서 "게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는 인간이 학습을 하면 기쁨을 느끼도록 만든 뇌의 작용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것이고, 그러므로 좋은 게임은 좋은 학습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28

 

온 마을이 나에게 약속했다. "너는 그걸 만들어. 네 아이를 키우는 건 우리가 도와줄게." 나는 내가 제일 잘할 수있있 방법으로 그 약속에 보답하겠다고 생각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더 잘 배울 있는 방법을 만들어보겠다고 말이다. 50

 

그러다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임팩트 투자를 하던 D3 주빌리의 이덕준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우리 같은 회사를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있고 이해받고 있다는 위안을 주었다. "사회를 위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선한 목표가 있고, 이걸 영리사업의 결과를 통해 이루려는 거죠. 이런 회사를 지원하는 게 임팩트 투자예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만든 제품이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어요." 59

 

토도수학은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수학을 배우는 제품인데, 수 개념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또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로 학습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서 만들었다. 64

 

토도수학의 '토도(Todo)'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모두'라는 뜻이다. 66

 

출시되자마자 미국 교육/아동 카테고리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8주간 그 자리를 지켰다. 애플은 토도수학을 앱스토어의 대표적인 교육 앱으로 선전하고 전 세계의 애플 매장에 있는 전시용 아이폰과 아이 패드에 몇 년간 토도수학 앱을 설치해 두었다. 애플 매장에 전시하는 목적의 내부 기기에만 8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66

 

8개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버전이 나온 후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교육/아동 카테고리의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학습이 어려운 아이를 위해서 만들어진 제품이 모든 아이들에게 두루 인기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2. 이런 일 하려고 회사하는 거잖아

 

기초학력, 혹은 최소한의 문해와 수리 능력이란 초등 2학년을 마칠 정도 수준의 읽기 능력과 셈하기 능력을 말한다. 세 문장 정도를 읽고 주어진 질문에 답하거나 두 자릿수 덧셈 빨셈과 간단한 곱셈을 할 수 있으면 된다. 82

 

이렇게 '학교에 다니지만 기초 학력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한국에서는 5~10퍼센트 정도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20퍼센트 정도인데,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숫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83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는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로 빈곤 퇴치, 기아 해결, 깨끗한 물과 위생 등과 함께 '모든 사람들에게 양질의 교육'이라는 목표를 제시한다. 사람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85

 

현재의 학교에서 맞춤형 학습이 제공되는 영역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이다. 88

 

저소득 국가의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읽기 능력을 갖추면 1억 71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빈곤을 12퍼센트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92

 

광고 건이나 포장지 등 산업사회의 산물을 통해 글자를 자주 접할 기회가 있는 도심의 쓰레기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인쇄물이나 기호를 접할 기회가 철저히 부족한 시골의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글자를 배운다고 한다. 문해 전문가는 문장을 읽게 하기 전에 그 문장에 나오는 상황과 단어를 온전히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100

 

킷킷스쿨은 경쟁작들에 비해서 학습 성과와 사용량이 월등히 높았다. 하루 평균 두 시간씩, 81퍼센트의 아이들이 15개월의 마지막까지 내내 킷킷스쿨을 플레이했는데 이것은 경쟁작의 두배가 넘는 사용량이었다. 태블릿을 사용하려면 아이들이 충전소까지 오래 걸어가야 하고, 비가 올 때는 충전이 되지 않는경우도 있다. 아무도 공부하라고 격려하거나 돕지도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나 많이 꾸준히 사용한 것이다. TV와 놀잇감이 흔한 세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이었다. 이렇게 15개월간 킷킷스쿨을 사용한 아이들의 40퍼센트가 문장을 읽을 수 있었고, 70퍼센트가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에서 학교를 1년 다닌 것과 비슷한 정도의 학습 성과라고 했다. 128

 

엑스프라이즈 대회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에듀테크가 수많은 아이들이 배움에 실패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엑스프라이즈 대회를 통해서 우리의 방법이 옳고 이 제품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회사가 설립된 후 3년이 되었을 때, 첫 제품이 성공한 후 도약이 필요할 때, 1500만 달러라는 높은 상금을 걸고 문맹의 아이들에게 통하는 태블릿용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세계 대회가 열린 것이 그낭 우연의 일치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이것이 운명이라고,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미래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130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모아 가르치는 부트 캠프에서 스타트업 코치인 제리 콜로나가 던진 화두가 가슴에 꽂혔다. "이렇게 생겼는데 어쩌라고?(This being So, What?)" 내가 이런 사람이라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제리는 리더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이해해서 더 성숙해짐으로써 타인과 더 잘 일할 수 있게 된다고 가르쳤다. 135

 

한 명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큰 모험을 벌일 때에는, 자신의 능력보다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141

 

3. 배움의 권리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학교 시스템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평균적인 학생'을 상상해서 설계되어 너무나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 성향, 요구와 마음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인을 개인으로 인식하는 것만이 이 모든 일의 해답이라고 결론짓는다. 163

 

토도 제품들은 조금씩 다른 주인공이 있다. 토도수학은 '수학 기초가 없이 학교에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였다. 토도영어는 '한글은 잘 읽고 쓰는데 영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 토도한글은 '이주 배경 아동으로 초등학교 1학년에서 가나다를 처음 배우는 아이다. 먼저 주인공을 상상하고, 그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좋아할 만한 기능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한다. 164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서 중요한 개념은 '딱 너의 진도에 맞는 난이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좀 더 쉬운 부분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남들과 속도가 다른 아이들은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 있게 반복할 수 있는 부분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여기가 우리의 주인공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충분히 그곳에 머물며 자신감이 차오른 아이들은 두려움이 없는 날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 에듀테크가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67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 아닌 가명을 주로 가리키던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최근 '이주 배경'이라는 표현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적당치 않기도 하고,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거나 해외에서 태어난 후 한국으로 이주하는 한국계 아이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현재 약 16만 명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4퍼센트 정도인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86

 

다문화사회 초입인 한국은 이렇게 배경이 다양한 가족의 삶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않다. 2023년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30퍼센트가 언어발달 지연이나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188

 

아이는 학교에서 12년을 보내는 동안 사회에서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한다. 이 아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함수의 그래프를 혼자 푸는 능력도 아니고,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배우는 것도 아니며, 조금 더 괜찮은 성적표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일단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과 혼자서 판단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교실을 찾아가고, 선생님의 지시를 듣고 따라 하고, 생각해서 문제를 풀고, 친구를 만나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경험이 훨씬 중요했다. 우리는 학교에서의 모든 경험이 아이가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다. 205

 

4.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공교육 정책은 유행에 민감하고, 정책가들은 최신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미국에서 아이패드를 가장 먼저 구매한 것은 부모가 아니라 학교였다. 216

 

우리 세대의 교육이란 아이에게 지식을 더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실험하고 변화하는 연습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240

 

나에게 CEO의 일에 대해 가르친 스타트업 코치 제리 콜로나는 CEO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고 말했다. "첫째. 비전(vision)을 세운다. 두 번째, 그 비전을 같이하고 싶은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 그들이 잘할 수 있도록 자원을 보급한다. 세 번째, 그 안에서 그 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장 굳게 믿는 사람이 된다. 279

 

나와 건호가 처음 만났을 때는 둘 다 스무 살이 되기 전이었다. 우리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좁은 세상에서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의 삶을 살았다. 시험을 잘 보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 빨리 성장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 이렇게 살면 5년 후, 10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다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우리의 인생에 '건강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라는 두렵고 굉장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때까지 삶에 대해서 배웠던 것을 모두 지우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길에 발을 디뎠다. 280

 

미래를 몰라서 너무 다행이지 않으냐고, 오래전에 나이 든 의사가 예언하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도 이 아이의 미래를 모른다고! 정말 멋지지 않니?" 그 당시 나는 속으로 남의 일이니까 가볍게 말한다고 투덜댔지만, 되돌아보니 그만큼 현명한 말이 없었다.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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