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1. 08:36ㆍ책속진주(교육,시대경영)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우연히 접해 읽다가 그 책을 쓴 저자가 궁금해져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요즘 고등학교에는 전교생 300명 중 100명은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런 시대에 이 책을 쓴 저자 같은 분이 참 귀한 듯하다.
아이들의 무기력을 그냥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이 반드시 있다. 모든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기력은 희망을 상실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의 무력감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기력을 낼 수 없거나, 기력이 바닥나거나, 혹은 기력을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무기력은 꾸짖어서 나아지지 않는다. 에너지를 주어야 나아진다. 7
온갖 무기력을 치유하는 근원적 힘은 다정함, 친절함, 그리고 적합한 기여나 증여에서 시작된다. 7
현대사회의 무기력 바이러스
-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무기력
-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무기력
- 산업구조의 변천과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무기력
소셜 미디어 중 상당한 콘텐츠가 사회적 비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더 그렇다. 사고, 먹고, 보고, 간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사진, 영상의 교환이 만들어낸 부작용 중 하나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10
누군가에게는 소셜 미디어가 기회의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무기력과 절망의 늪이 된다. 10
가장 큰 충격은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좋은 일자리를 꿈꾸며 미래를 준비해 오던 청소년과 청년들은 현재 패닉 상황이다. 그래서 더 줄어든 좋은 일자리를 놓고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포기, 도태, 나락으로 빠져드는 감정을 경험한다. 11
“결과로서 무기력해진 청소년, 청년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은 다시 상처를 받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은 열심히 다시 무엇을 할 것이냐를 채근하거나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절망했고 좌절했는지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함께 다시 궁리하는 것이라야 그나마 마음이 열릴 틈이 생긴다. 12
요즘 아이들과 청년들의 무기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16
강준만 교수의 책 『입시전쟁 잔혹사』를 훑어보아도 이 시스템은 정말 오래되었고, 아무리 개선하려고 애써도 잘 되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말하기도 부끄럽고 지겹지만 ‘승자독식’과 ‘획일성에 따른 평가’ 그리고 ‘끝없는 서열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시스템이다. 16
한 아이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또 하지 않은 채 빈 가방만 매고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은, 또는 한 곳에만 머무르며 갇혀 있으려고 한다는 것은, 지금 그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주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이다. 우리는 이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어른, 친구,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21
1부. 무기력한아이들의 탄생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가르칠까, 무엇을 배우게 할까, 열심히 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어떻게 혼을 내야 할까……. 온갖 고민을 한다. 우리는 채워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아이들은 비어 있으려고 버티는 것 같아서 매일 힘겹게 실랑이를 하며 보낸다. 23
심리학의 한 학파인 자기심리학에서는 ‘이해’와 ‘설명’이 있어야 ‘공감’이 가능하고, ‘공감’이 ‘변화’를 일으킨다고 했다. 24
우리가 눈앞에서 보는 아이들의 무기력함이 형성되어 온 과정은 슬픔과 분노, 해리와 분열이다. 25
겉으로는 무기력해 보여도 그 내면에 ‘잠자고 있을 거인’을 깨워서 일으키는 것이 나와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지 않을까. 28
‘사토리 さとり’는 일본어로 ‘득도’라는 뜻인데, 아이들이 득도를 해서 소비도 안 하고 인간관계도 별로 맺지 않은 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사토리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생활 습관 가운데 하나는 산책을 하거나 그냥 걷는 것. 돈이 드니까 딱히 취미를 갖지도 않고, 회사에서 승진하라고 해도 굳이 거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29
지금 40대 후반인 사람들만 해도 아직 새마을 정신의 끝자락에 살았던 세대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라는 구호를 거의 잠재의식 속에 새기고 생활했던 사람들인지라 뭐든 쉽게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아이들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 30
포기나 무기력하게 지내기는 어떤 의미에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포기하고 포기한 이후에는 회피하거나 도주함으로써 포기를 지속시킨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남들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굳이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계속 무기력한 상태로 지낸다. 정신분석가 수잔 캐벌러-애들러는 무기력을 ‘더 이상 분노할 수 없을 때 보이는 상태’라고 해석했다. 혹은 ‘더 이상 분노가 소용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은 무기력한 채 지내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즉, 아이들에게 무기력이란 더는 화도 안 내는 상태를 말한다. 31
무기력의 개념은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우선 ‘helplessness’로 번역하는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시도를 하다가 포기한 느낌을 포함한 상태를 말하므로 ‘무조감’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무조감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더는 도울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32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패러다임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부모나 교사 세대가 자라던 시절에는 정말 사소하고 비주류였던 일들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 감당하기 힘든 경험이 되곤 한다. 41
만성 무기력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잘 돌봐주지 않아서, 즉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해서 생기기 쉬우며 흔히 표정이 별로 없거나 매사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42
우울감에 빠진 만성적 무기력 아이들에게서는 결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백이면 백, 했는데 잘못해서 혼나는 것과 끝까지 안 하겠다고 하다가 혼나는 것 가운데 후자가 상처를 덜 받는다고 말한다. 46
성장과 성취를 본질적인 활동으로 내재하고 있는 생명체인 아동과 청소년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학교에 가서 자다 오기로 한다’는 이상한 결정을 정상적으로 내리고 행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무슨 일’이 작동한 기제를 정확히 알아야만 ‘하지 않음’을 ‘하기로 함’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49
죽어 있는 상태와 유사한 방식으로 택하는 것이 해리된 생활이다. 수업 시간에는 죽어 있고 쉬는 시간에는 깨어 있기, 요구하는 어른들 앞에서는 죽어 있기, 이해하는 친구들 앞에서는 살아 있기, 강요받은 일 앞에서는 무능함 보이기,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미치도록 폭발하기, 숨기기와 보이기, 온오프를 반복하는 이중생활로 진자처럼 죽음과 삶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게 된다. 50
한 아이가 말했다. 자더라도 학교에 가는 이유는 부모님을 위한 최선의 효도라고.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싶지는 않아서 학교에 가기는 간다고. 51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의 내면 풍경은 온통 스산한 회색이다. 생각이 많지만 잘 정리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려다가 멈추기 일쑤라서 미흡한 생각들이 그저 깔려 있을 뿐이다. 그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생기는 일차적 감정은 자신에 대한 미움이요, 어느덧 부모의 기대와 사랑에서 멀어졌다는 외로움이다. 53
절망의 자리를 희망의 자리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에 대한 관점을 다시 정립하고 자신을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54
공부 상처, 진학 실패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학대와 방임 다음으로 가장 큰 트라우마다. 59
무기력은 우리 아이, 우리 교실의 아이들에게도 전염병처럼 만연하고 있다. 60
대한민국은 사람을, 특히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쉬운 취약한 구조를 가진 사회다. 무기력에 취약한 사회의 특징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64
• 획일적 성공 기준
•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
• 조건적·평가적 양육 및 훈육 문화
• 극핵가족(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 사회)
부모님이 자기를 책임지기 위해 힘들게 사는 모습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생활을 책임지려고 아빠는 직장에 다니며 허구한 날 야근을 일삼고 엄마는 학원비라도 벌어보려고 부업을 하는 삶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68
지금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만성적 학습 피로에 시달리는 ‘학습피로증후군’ 아이들이 태반이다. 72
우리는 과잉보호, 즉 부모가 사랑을 듬뿍 주고 아이가 그 사랑을 흠뻑 받으면 아주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될 것 같지만 사실 과잉보호란 아이를 꼼짝 못 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부모가 주도함으로써 아이는 시키는 대로만 하게 하는 것이 과잉보호요, 이는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의 독을 주는 것과 같은 행위다. 77
되풀이하는 지적과 잔소리는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다. 아울러 잔소리 못지않게 칭찬이나 경쟁도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 잘하는 아이만 칭찬하는 것은 나머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름길이고, 경쟁 가운데서도 승자가 공을 독식하게 하는 방식은 나머지 사람들을 무기력으로 내몬다. 81
무기력의 심리유형 다섯 가지 .86
- 아이의 잠재력 도둑질 하기
- 자신감 잘라내기
- 존재감 없애기
- 모험과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다
- 고통을 마취하는 확실한 방법, 중독
과잉보호의 폐해는 아이가 스스로 성취하는 것을 막고 이를 대신해줌으로써 아이가 성취한 것을 없게 만드는 일이다.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고 부모가 대신 성취해 준 결과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남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87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들에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자신의 체면이 중요하거나 자녀의 고통을 참지 못하는 지나친 동일시가 과잉보호를 부른다. 결과는 아이의 무능력과 무기력으로 나타난다. 88
사람은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캐럴 드웩이 말했듯이 평가에 목표가 있을 때보다 흥미에 목표가 있을 때 훨씬 높은 성취를 보인다. 89
신뢰할 만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 형성이 어렵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며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린다. 90
우리 주위에 이렇게 겉으로는 정상인 듯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메마른 가정이 늘어가고 있다. 나는 한 아이의 표현을 빌려 이런 가정을 ‘공지사항 가정’이라 부른 적이 있다.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중요한 공지사항만 공유하고 각자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면 ‘굴러가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고 의지할 데 없는 가정, 그래서 힘든 문제가 생기면 각자 해결해야 하는 가정. 이런 ‘공지사항 가정’에서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급격히 ‘기능’이 떨어져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가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92
순종은 필연적으로 초등 고학년부터 내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떤 아이들은 부모에게 압도되어 불복종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극단적인 철학자들은 이런 삶을 ‘노예의 삶’이라 보기도 했다. 자신은 생각하지 않고 몸만 움직이는 처지를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본 것이다. 98
멍하니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은 감각의 왜곡을 효과적으로 확실히 보장해 준다. 게임, 웹툰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 아이들은 시간을 죽이고 자기 존재를 죽이면서 정신적 고통을 피한다. 즉,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무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100
중독자가 중독 물질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일상은 무기력 그 자체라서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다. 다시 중독 물질을 주입해야 현실을 버틸 수 있기에 그에 대한 집착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101
아이들이 무기력하게 행동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회피’라고 한다. 무엇을 회피하려는 것일까? 바로 고통이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즉 무기력한 채 지내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데, 무기력한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 때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106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공부는 반드시 기초를 필요로 하는데 게임은 그렇게 대단한 기초가 필요치 않다고 한다. 웬만한 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늘 상당한 보상이 다양하게 제공된다고 한다. 107
아이들이 고통을 회피하려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적당한 책임과 적절한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 자랐기 때문이다. 107
회피의 이면에는 나중에 정작 하고 싶을 때 못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괴로워하는 심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기력한 아이들의 내면은 혼자 있을 때 특히 덤덤하기는커녕 낙담으로 절망적일 지경이다. 좌절감에 빠져서 자신을 의심하면서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나중에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108
실패를 예측하는 아이들에게는 작지만 반복적인 성공과 성취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114
‘어, 해보니 맨날 실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때도 있네.’ 이렇게 반전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들을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이다. 115
우울하지만 우울증으로 보기는 어렵고 약물 치료를 할 정도의 상태는 아닌데 여러 심리도구를 사용하여 측정하면 우울하지 않은 것도 아닌, 이 우울감의 만연은 어찌 보면 시대적 요소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사이토 다마키는 진지한 의미 반, 사회적 풍자 반을 담아서 ‘사회적 우울증’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그의 시각대로 이것을 만일 우울증으로 진단하기로 한다면 원인은 현대 사회의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서 유일한 치료법은 약보다는 관계라고 했다. 118
2부. 무기력한 아이들 돕기
인간의 본능인 성장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무기력한 채 지내게 된 이면에는 분명 아픔이 있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지내기로 결정하기 전에 아이들이 흘린 눈물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122
무기력해 본 경험을 가져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즉 ‘나의 통제력을 벗어난’ 상황에서 사람은 무기력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23
변화를 이끄는 심폐소생술. 127~
- 역설과 긍정
- 환대, 참여, 존중
- 격려
- 무기력 유형별 방법(결핍형/과잉열망형/만성형)
- 무기력한 아이들을 돕는 지원 전략(회복탄력성/관계 맺기/성취경험)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돕고자 한다면 앞에서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을 게으르다, 나태하다, 사악하다, 연약하다고 이해하는 관점을 전환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기력한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취해야 할 기본적 태도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 즉 역설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혼날 것을 준비하고 있거나 무가치한 취급을 받을 태세가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예상을 뒤엎어주어야 한다. 128
역설적 시도의 핵심으로 다음 세 가지다. 반복하던 잔소리 멈추기, 진심 어린 걱정 표현하기, 잘해주기. 130
무기력한 아이들에 대한 역설적 태도와 긍정적 접근은 아이를 다시 삶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가장 강력한 초대장이다. 물론 이 초대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부모와 교사다. 136
환대를 표현하는 것은 헨리 나우웬 신부의 말처럼 적대감을 전환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환대는 무기력한 아이들을 향하던 적대감, 내적 연대의 단절을 풀고 함께 새로운 작업을 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숨을 멈추고 겨우 기어서 드나들던 아이들에게 숨 쉴 터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139
아이들을 향한 조바심은 다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신중한 교사와 부모라면 이 과정에서 절대 조바심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144
아들러는 격려를 ‘아이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실수나 실패를 해도 자존감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격려의 영어 표기 ‘encouragement’는 ‘용기’라는 뜻의 ‘couragement’에 접두어 ‘en’이 붙은 것이다. 즉, 원래 격려는 ‘용기를 다시 갖게 하는 것’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cour’의 어원이 ‘심장’을 의미하므로 ‘심장이 다시 뛰게 만드는 일’이다. 148
격려를 할 때 우리가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말의 요소는 첫째, 낙담하지 않게 하는 것. 둘째, 다시 도전할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 셋째, 주변 사람들이 너의 성공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내용이 진심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150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필요할 때 아무리 절규해도 안 나타난 부모와 교사에게 애착이 사라지고 무감각, 무감정, 무정동해 진다. 150
학교나 학급 차원의 시스템과 어떤 활동을 통해서 무기력한 아이들을 도울 때 교사가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 사람인가, 반이라는 아이들 집단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인 가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따라서 아이들은 더 무기력하게 지낼 것인지, 그래도 한번 해볼 것인지 노선을 정하기 때문이다. 150
아이들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도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자청한 선생님이 괜찮은 사람인지 어떤지를 테스트하려고 든다. 진정성을 테스트하고,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칭찬하는 게 진심인지를 테스트한다. 또 주위 사람들의 반응과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도 신경을 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짜로 할 수 있는지를 타진한다. 157
학교에 와서 늘 자거나 무기력해 있는 아이들을 대할 때 그 아이가 무기력해진 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61
현재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결핍의 무기력, 어떻게 보면 세대적 무기력(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이런 아이들은 부모님도 똑같이 무기력한 경우가 많아서다)에서 비롯된다. 162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잘하게 되어서 거기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여야 하기 때문이다. 164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십여 년간 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이거나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행복의 조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43.6퍼센트와 중학생 23.5퍼센트가 ‘화목한 가정’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았다. 반면 고등학생은 ‘돈(19.25퍼센트)’을 첫 번째로 선택해서 ‘화목한 가정(17.5퍼센트)’은 3위에 머물렀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화목한 가정’을 중요하게 여기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면서 돈을 제일로 여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172
‘돈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식으로 돈에 대해 왜곡된 가치를 가지게 된 아이들은 무기력해지기 쉽다. 지금처럼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172
부모나 교사는 적극적인 기다림 속에서 아이의 시도를 민감하게 발견해야 하고, 잘 되지 않을 때를 예측해야 하며, 실패하더라도 피드백을 하지 말아야 한다. 173
사막이 갑자기 비옥한 땅이 될 수는 없다 무기력한 채로 오래 지낸 아이들에게서 변화가 일어나려면 무기력하게 지낸 시간만큼이나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174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에미 워너, 루스 스미스의 연구인데 그들이 제시한 ‘위기를 이겨낸 사람들의 7가지 보호 인자’ 가운데는 주변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즉, 책임 있는 보호자가 한 명 있고, 지지적인 관계망이 주변에 뻗어 있으며, 관심을 보인 어른이 가족 말고도 있었다. 또 행복한 결혼생활과 만족스러운 직업, 신앙생활 등이 회복탄력성에 기여한 요인들이었다.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망, 특히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180
무기력한 아이들과 잘 지내거나 돕겠다고 결심한 어른들이 같이 무력해지는 이유는 아이들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시 일어나서 무언가를 스스로 하게 될 때까지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데서 겪는 괴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181
아이들이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아이들의 에너지 수준에 맞춰서 걸어야 한다. 낮은 에너지 수준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나아가도록, 그래서 이전보다 더 강한 근력을 붙이도록 해야 하고, 그러려면 더 아이들 중심으로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181
아이들에게 절대 빈곤, 전쟁, 가시적 폭력, 독재의 경험이 없었다고 해서 역경이 아닌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과 경쟁이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옥죄는 지독한 역경이 가로놓여 있다. 절대적 결핍이 주는 고통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격차와 차별이 주는 고통은 견디기 힘든 것이다. 182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책에서 루비 페인은 아이들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계기는 ‘교육’과 ‘관계’라고 했다. 여기에는 선생님과의 친분, 교류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184
학교에서 선생님을 통해 맺어진 최초의 관계가 무기력을 버리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185
라캉이 ‘나는 너다’라고 한 것처럼 한 사람의 정체성은 타인들로부터 비롯되어 수많은 ‘너’를 경험하며 ‘나’를 형성하는데, 정말 중요한 ‘너’의 기근으로 아이들은 무기력해진다. 청소년기에 멘토나 은인은 ‘너’를 일깨우는 중요한 대상이자 사다리다. 현명한 어른이라면 좋은 멘토를 만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186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목표는 작아야 성취가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성취감은 아이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해볼 만한 일이 일이라고 여기게 하는 자기 효능감을 유발한다. 자기 효능감은 또 다른 성취와 성공의 디딤돌이 된다. 188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해냄’을 조성해 주고, ‘해냄’을 가능하도록 해주고, ‘해냄’을 축복해 주는 과정에서 빛난다. 역경을 이겨낸 수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지 않던가. 188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아빠의 월급 명세서와 제 성적표예요.” 이 둘의 수치가 그야말로 가족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
어른의 불안감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투사되기 마련이다. 불안은 불안을 낳는다는 것, 부모나 교사가 불안해하면 아이들도 안정적으로 지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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