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6. 18:25ㆍ책속진주(몸경영)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내과 의사이자 류마티스 내과 의사인 김현아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평소 관심있던 내용이라 이 분의 책까지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3분 진료, 폭증하는 검사, 필수 의료 붕괴... 자본주의와 기술 중독, 국가의 방치가 만든 익숙해진 풍경들 속에 병원을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책입니다.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신이 처해있는 의료환경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의료는 중병에 걸려 있다. 그 병의 이름은 '인간 소외'이다(15).
의사들은 환자들과 눈을 맞추지도, 환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는다. 병원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16).
병원은 한사람의 의사가 진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환자를 보게 하고 수가가 낮기 때문에 그래야만 정상적으로 병원이 경영된다고 의사들에게 압력을 넣는다. 환자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고 환자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는 의사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16).
1장. 검사 공화국 대한민국
불필요한 검사로 인한 의료 재원의 낭비는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없는 영역이다. 많은 환자가 도대체 병원에 가면 검사말고 하는 게 뭐냐는 불만을 토로한 지 오래된 것을 감안하면 희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25).
가장 극단적인 예가 임종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내는 검사 수이다. 나는 과거 10년간 병원 입원 후 1주일 안에 사망한 사람들의 검사 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놀랍지 않게도 10년간 사망 직전에 시행하는 검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28).
죽음에 대한 철학이 없어진 현대인들을 포섭한 신흥 종교는 의료 산업이다. 병원은 신전이고 교리는 자본주의이다(31).
수많은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빨리 질병을 찾아내서 해결을 해야 한다며 보는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통해 건강을 약속하는 각종 건강검진 프로그램들이다(34).
최근 100세 철학자로 화제를 모은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는 평생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40).
현재 대한민국의 수가 체계를 결정짓는 상대 가치 체계 내에서 의료 인력 인건비 대 검사비의 보상 수준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비정상적이며 불균형적이다. 그리고 소위 첨단 기법으로 갈수록 인건비 대 검사비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유전자 검사의 경우 보험 급여가 안되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51).
매우 강력한 유전 성향을 지닌 질환도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도가 50퍼센트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질환에서는 유전자가 질환 발생을 20퍼센트도 설명하지 못한다. 쌍둥이 중 한 쪽이 입양 등의 이유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경우에도 일치도가 더 낮아지는데, 이는 질환을 일으키는 환경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많은 연구는 사람들이 유전자 정보를 알았다 해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다고 보고하는데, 이는 유전자 정보만으로는 질환 예방에 도움이 안 됨을 시사한다(54).
해석할 능력이 없는 유전자 정보가 주어지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도 늘어난다(55).
2장. 기술 중독에 빠진 현대의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의사들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이름은 왓슨이다(84).
우리나라의 로봇 수술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4년 만에 수술 로봇이 50퍼센트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답게 로봇 수술은 우리나라에 매우 일찍 도입되고 확산되었다. 기술의 우수성보다는 경제 원리가 우선 적용되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88).
우리나라 의사들은 봉직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신의 수입을 병원의 처분에 맡겨야 하는 입장이 되는 의사가 대다수인 상황인데 병원이 어떤 식으로 수입을 배분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시하지 않는다. 즉 병원 맘대로 정하게 되어 있다(96).
머지않아 복강경 수술을 로봇으로만 배운 의사들이 의료 현장의 대다수가 되면 이전의 수술 방법은 자체적으로 멸종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들이 '돈만 안다'는 불신의 덤터기를 쓰는 것 또한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로봇을 구입할 수 없어 자본가에게 종속되는 것은 덤이다(98).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하는 측면은 '이득에 대한 과장'이다. '최첨단'이나 '혁신'이라는 말이 '열려라 참깨'처럼 의료 재정 곳간을 여는 마술의 주문이 되는 것을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신기술 위주로 재정이 쏠리는 경우 인간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의료는 쉽게 왜곡된다(109).
3장. 약값 괴담
신약의 가격은 최근으로 올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국가에서 앞장서서 신약 개발 사업을 나라를 먹여 살릴 기술로 추켜세우며 독려를 할까?(119).
항암제의 경우, 평균적인 한국인이 벌 수 있는 수입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매달 약값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신약 사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한 이유이기도 하다(121).
"항암제 약품비 증가율이 전체 약제 증가율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암환자의 1인당 항암제 연간 투약 비용 역시 5년 사이 33퍼센트 올랐다"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항암제의 물리적 독성에 비유해 재정 독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130).
"이 약은 치료제가 맞습니다. 그러나 완치약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키는 약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면서도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치료와 완치를 동의어로 생각하면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의사가 말하는 '치료'라는 개념은 현재의 상태를 개선시키고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치라고 이해하면 된다(132).
항생제를 쓰면 쉽게 해결이 되는 감염증이나, 다쳐서 뼈가 부러진 것을 치료하는 등의 급성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만성질환들은 완치보다는 관리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게 된다(133).
새로운 항암제 중 기존 치료에 비해 1년 이상 수명을 연장시키는 약제는 별로 없음에도 환자들에게 이런 약제들은 기적의 약, 사용하면 완치되는 약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암'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기 때문에 회사들의 선전 방식에 따라 새로운 치료제는 얼마든지 기적의 약처럼 보일 수 있다(138).
4장. 의사들이 왜 이래?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입에 관해서는 자료가 많지 않다. 막연히 고소득 직종이라고 도매금으로 간주되어 욕을 먹는데, 그 안에서는 격차가 상당히 크다. 신경외과 의사인 내 남편과 나의 연봉은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물론 위험도나 근무 강도 등의 차이가 있지만 한 번도 내가 남편의 절반만큼만 일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도 그렇다. 같은 가운 입은 의사라도 출신학교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는 병원들에서는 아직도 학벌에 따른 위계가 고스란히 적용된다(149).
의과대학 때부터 듣는 농담이 "내과 의사는 아는 건 좀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고, 외과 의사는 아는 건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좀 있다." 라는 말인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내과가 약을 처방하는 과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약회사의 영업은 외과보다는 내과에 치중된다. 제품 설명회다 뭐다 해서 공짜 밥을 먹을 일도 내과과 더 많다. 아무튼 내과계 학회는 제약회사가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해서 와과 학회보다 돈이 많기는 하다(153).
여자 의사의 경우 남자 의사보다 평균적으로 환자 진료에 2분을 더 할애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의학적 소견 전달 못지않게 시간을 들여 상담을 하는 것이 실제로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단 2분의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에서 가장 허약한 부분이기도 하다(162).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필요시간이 정해져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하루 24시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들도 주어진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최대 환자 수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료 현실은 이런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환자의 머릿수로 의사의 능력을 평가한다(165).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으니 이미 50년이 넘은 시기였지만, 의료계에서는 아주 최근까지도 이런 식으로 여성을 당연스럽게 소거하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168).
병원들은 매해 "몇 퍼센트 성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오로지 돈으로 평가하는 성과주의에 맹목적으로 몰입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경쟁적으로 크고 높은 병원 건물을 지었다(171).
일반 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은 교수 타이틀을 달기가 어렵지 않다. 교수라고 불러주는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리들이 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수의 자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175).
의과대학은 대학의 모든 과를 통틀어 가장 많은 논문을 생산하는 과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때로는 많이 억울해하는데,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 의무에 진료라는 큰 의무가 지워지기 때문에 항상 다른 교수들에 비해 격무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나온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178).
의사는 기업이 지원하는 연구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직업군에 속한다. 새로 개발되는 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연구의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연구일수록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많았다. 연구비를 누가 지원했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186).
5장. 사기업이 된 병원들
대한민국에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병원이 얼마나 되는가!! 대학병원들에거 대놓고 '진료 수입', '성장률' 등 기업이나 상인의 언어를 구사하며 교수들의 실적을 영업사원처럼 평가하는 현상이 이미 만연한데, 도대체 어떻게 영리 추구를 막아보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207).
우리나라에는 의료법인, 사단법인, 재단법인, 학교법인 등 수많은 법인 소유의 병원들이 있지만 그 운용에 대해서는 깜깜하다. 병원은 원칙적으로 공기업으로 볼 수 있는 성격이 있는데, 업무가 공적인 영역이고 그 재정의 절대적인 부분이 공적 자원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모두 자본가에게 맡겨두었기 때문에 병원에 대해 이렇다 할 통제권이 없다. 의료가 공적 자본에 의해 운영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실이다(210).
최근 한 신문 기사에 한국 직장인들의 직장 갑질 감수성은 'D학점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보도되었다. 갑질을 당하고도 갑질이라 느끼지 못하고 잘 참는다는 뜻이라 한다.
대한민국 의사들도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데 "오는 환자는 정해진 진료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을 넘기고라도 다 봐야 한다", "병원 수입 증가를 위해서는 과잉 진료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진료 수입이 충분하지 못한 의사에 대한 권고사직은 당연하다"라는 말로 대입해보면 명백하다(213).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반대하는 기저 심리에는 현재의 과도한 환자 부하와 이것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했을 때 수입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깎일 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있다(216).
국가가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자본주의 의료를 방관하는 상황에서 먼저 마비되는 것은, 불행히도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이다(221).
6장.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전체 의료비 중 검사비, 약제비 비중이 높다. 그 이유는 의료비 중 인건비에 쓰여야 할 비용이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제비와 검사비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 인력의 인건비는 제대로 산출된 적이 없다(230).
우리나라가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의료비를 합의된 공적인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각자 도생의 개인비용으로 처리하도록 방치해두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문제가 되는 실손 보험도 사실은 이런 높은 개인 부담률의 문제에서 시작되었다(232).
'3분 진료'
소위 빅 파이브라 불리는 문턱 높은 병원은 물론이고, 동네 병원에 가도 의사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3분을 넘어가기 어렵다. 선진국에 비해 의사 한 사람이 과도한 숫자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부족한 보상분은 검사로 메워서 수지 타산을 맞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233).
병원은 규모에 따라 분류되는데 흔히 말하는 '동네 병원'은 의원을 지칭하고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의원의 상위 기관은 병상 수에 따라 병원, 종합병원, 상급 종합병원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대학 병원들은 상급 종합병원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시 빅 포, 혹은 빅 파이브와 그 밖의 대학병원으로 나뉜다(237).
나는 환자들에게 예약을 받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명의를 가늠하는 것은 해악이라 생각한다(238).
환자들이 바글바글한 진료실은 언제나 병원의 명성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당연이 수입도 늘어난다.. 어차피 진료의 질을 따진 적은 없었다. 첨단 검사가 진료의 부실을 때우는 수단이었다(240).
빅 파이브 병원 중 두 곳이 재벌 소유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이다.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의료가 수입에 따른 성과 위주로 흘러가기 시작한 기정이 이들 재벌에 병원 소유를 허가한 이후라는 데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자본주의 첨병인 미국에서조차 "우리나라 병원 중 가장 큰 두 곳이 대기업 소유"라고 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241).
상급 종합병원의 환자 쏠림은 저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이 고비용 질병으로 전환되는 문제를 유발한다. 대형 병원들이 과잉 진료를 해서라기보다는, 환자의 몸을 전문의별로 세분화해서 진료를 하면 세세한 이상들이 발견되고 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 중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는지 일반인이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결국 환자에게도 대형 병원을 다닌다는 정신적 위안 외에는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242).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들은 나를 오랫동안 꼼꼼히 봐줄 나를 잘 아는 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바쁜 교수들은 내가 그 병원 어떤 과들에 다니는지도 잘 모른다. 그 환자가 다른 과에서 어떤 약들을 처방받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병을 가지고 있는 고령환자일수록 환자를 전인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대학 병원의 여러 과를 전전하면 돌아오는 건 각 과에서 처방받은 한 보따리의 약뿐이다(242).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다. -술라이커 저우아드<엉망인채 완전한 축제>(246)
현대의료의 혼란한 상황을 비판하는 많은 책이 나와있다. 대부분 의사들이 저자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신뢰한다.
그러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어떤 책들을 보면 오히려 환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들도 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이다(247).
현대의학의 문제점을 열 올려 비판한 후 바로 건강식품을 권하는 내용이 있다면 불신하는 것이 현명하다(250).
나는 문득 질병과 건강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생각한다.
수명이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두 왕국의 경계를 계속 넘나들며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실존 조건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건강이라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불만족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은유로서의 질병>(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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