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6. 08:36ㆍ책속진주(몸경영)
이 책은 번역서다보니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다양한 예시도 많고 두께도 두꺼운 책이라 한 권을 다 읽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예시 사이 사이 정말 공감하는 진주들이 꽤나 많이 발견된다.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모든 건강의 기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머리말
나머지 90퍼센트 복부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자리 잡은 주머니 모양의 이 기관은 맹장이라고 불린다. 바로 이곳이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커뮤니티의 심장부다.(26)
충수는 비활성화된 기관이 아니라 미생물을 보호하고 키우며 소통하는 면역계의 중추기관이며, 퇴화기관이 아니라 인체가 착한 미생물 세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안전가옥인 셈이다.(28)
안이든 바깥이든 이 모든 표면을 미생물이 차지하고 있다.(34)
인간 미생물군 유전체 프로젝트에 사용할 장내 미생물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지원자들의 장을 절개해야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은 대변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은 장을 통과하면서 인체의 소화기관과 미생물에 의해 대부분 소화되고 흡수되어 최종적으로 소량만이 남아 몸 밖으로 배출된다. 대변은 사실 우리가 먹은 음식물 찌꺼기라기보다는 대부분이 박테리아다. 대변 습윤 중량의 약 75퍼센트가 살아 있거나 죽은 박테리아이며 식물성 섬유질은 약 17퍼센트를 차지한다.(39)
대변에서 발견되는 4,000종의 박테리아는 다른 신체 부위에 사는 박테리아를 모두 합친 것보다 인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장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즉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건강 상태나 식이 상태를 알려주는 표징이 된다.(39)
인간 미생물군 유전체 프로젝트는 건강한 사람들의 미생물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이제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의 미생물은 건강한 사람들의 미생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미생물의 차이가 현대인의 질병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른 종류의 미생물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가? 여드름이나 마른버짐, 피부염 같은 피부 질환들은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정상적인 균형이 파괴되었다는 신호인가? 또한 염증성 장 질환, 소화기암, 심지어 비만증에 이르는 증상들은 모두 장내 미생물에게 일어난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그리고 미생물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심지어 정신 질환까지도 미생물총이 파괴되어 일어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가?(41)
1장. 정상의 탈을 쓴 21세기형 질병들
이 만성적인 21세기형 질병은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면?(60)
비만과 알레르기, 과민성 장 증후군과 자폐증처럼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질병 사이에 어떤 고리가 있을까?(67)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질환은 확실히 면역계라는 공통분모로 묶인다. 면역계는 인체에 일어나는 위협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 능력을 교란시켜 면역계가 별것 아닌 것, 심지어는 자기 자신한테도 과잉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 범인을 찾아야 한다. 둘째,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증상 뒤에 감춰진 골칫거리, 바로 장 기능 장애다. 몇몇 현대 질병을 놓고 보면 장 기능 장애가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명확하다. 과민성 장 증후군과 염증성 장 질환의 중심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장이 있다. 다른 병과 관련해서는, 애매하기는 해도 여전히 연관성이 있다. 자폐증 환자는 설사를 달고 산다. 우울증과 과민성 장 증후군은 나란히 나타난다. 비만은 음식물이 ‘장’을 통해 지나가는 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70)
많은 사람이 ‘면역’ 하면 백혈구와 림프절을 떠올린다. 하지만 백혈구와 림프절은 면역계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아니다. 사실 인간의 장에는 인체의 모든 부분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면역세포가 존재한다. 약 60퍼센트에 이르는 면역조직이 창자 주변, 특히 소장의 끝 부분에서 맹장과 충수로 이어지는 구역에 밀집해 있다.(70)
21세기형 질병만 놓고 본다면 돈은 위험한 것이다. 연봉이 얼마나 높은지, 이웃이 얼마나 부유한지, 나라가 얼마나 잘사는지 등등 이 모든 것이 그 한 사람이 처한 건강 위험도에 기여한다. 그러나 물론 부자가 된다고 해서 다 아프다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깨끗한 물, 감염병으로부터의 차단, 열량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 교육 여건, 바람직한 직업 환경, 핵가족,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휴가, 그리고 기타 많은 다른 좋은 것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질병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현대인의 역병이 시작된 위치뿐 아니라, 만성적인 건강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돈임을 말해준다.(73)
2장.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많이 먹으면서 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면 남아도는 에너지가 몸에 축적되어 몸무게가 증가하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러니까 “살을 빼고 싶다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솔새를 보라. 이 새는 섭취하는 열량 이상으로 빠르게 지방을 축적하고 연소하는 열량 이상으로 빠르게 지방을 제거한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체중 조절 메커니즘이 있는 게 틀림없다. 칼로리-인calories-in 대 칼로리-아웃calories-out이 솔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공식이라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84)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유전을 가지고는 비만 확산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60년 전 인류는 지금과 똑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날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일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의 식단이나 생활습관의 변화가 유전자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90)
실제로 대사가 빠른 사람은 마른 사람이 아니라 뚱뚱한 사람이다. 남들보다 큰 몸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90)
유전이나 기초대사량이 비만 확산의 원인이 아니라면, 또 우리가 먹고 활동하는 양으로는 이 지구적인 체중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그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90)
2,500년 전에 현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한다고 믿었다.(92)
과민성 장 증후군은 신장 투석 환자나 인슐린 투여에 의존하는 당뇨병 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떨어지는 병으로 늘 순위 안에 든다.(93)
과민성 장 증후군의 확산은 사람들이 크게 알아채지 못하는 지구적 유행이다. 열 명 중 한 명이 이 문제로 병원을 찾는다. 소화기내과 의사는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덕분에 꾸준히 병원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 과민성 장 증후군 때문에 매해 300만 명이 동네 병원을 가고, 220만 건의 약 처방이 내려지며, 10만 명은 종합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떠들어대지 않는다. 설사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93)
마른 사람의 미생물을 채취해 뚱뚱한 사람에게 이식한다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101)
얼마큼의 에너지를 생산했는가보다는 생산된 에너지로 무엇을 하는가이다. 생산된 에너지를 곧바로 근육이나 신체기관에 보내어 소모하게 하는지, 또는 굶주릴 때를 대비해 저장하게 하는지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결정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유전자가 언제 켜지고 꺼지는지, 또 어떤 유전자가 많고 적게 발현되는지를 조절하는 데 있다.(104)
열량을 섭취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입에 넣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이 대장에서 추가로 추출하는 열량을 포함해 실제로 소장과 대장 모두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열량을 소비한다는 것은 섭취한 열량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로,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데 쓰인 열량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보릿고개를 대비해 남는 열량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이다.(105)
체중 증가는 단지 더 많이 먹는 문제가 아니다. 이 솔새 효과는 식사량과 운동량의 조절만이 체중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라는 기존의 가정을 흔들고 있다. 이 가정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면, 비만은 식탐과 나태에서 비롯된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질병’인 것이다.(107)
비만은 전염된다. 지난 35년간 미국에서 비만 확산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확실히 비만은 지구를 휩쓰는 전염병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109)
더 충격적인 것은 가까운 친구가 살이 찌면 나 또한 살찌게 될 확률이 무려 171퍼센트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110)
비만은 과식이나 운동량 부족에서 생 생기는 생활습관의 병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신체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기능 장애라고 볼 수 있다.(112)
비만한 사람들은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는 대신 세포의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지방을 쑤셔 넣는 것이다. 체내의 염증 수치가 높고 새로운 지방세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에너지 저장과정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병적인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체중 증가는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정상적인 지방 축적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질병이 된 것이다.(114)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종이 있다. 이 박테리아는 체중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아커만시아의 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가 높아진다. 마른 사람의 경우 아커만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4퍼센트에 달하지만 비만한 사람의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115)
고지방 식단을 주면 아커만시아의 레벨이 낮아지면서 비만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식단에 식물성 섬유질을 첨가하면 아커만시아 박테리아 수가 정상으로 되돌아온다.(117)
2030년이 되면 미국 인구 86퍼센트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속도라면 2048년에는 인구 전체가 뚱뚱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사람들에게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고 격려함으로써 비만 확산을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살을 빼고 날씬해지려고 엄청난 시간과 돈을 퍼붓지만 매해 100만 명 이상의 어른과 어린이가 과체중이 되거나 비만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반세기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성과 없는 비만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118)
우리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모두를 포함한 미생물을 통해 비만에는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것 이상의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음식에서 얻어내는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사용하고 저장하는 방법은 우리 몸속에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 군집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만일 우리가 정말로 비만 확산의 중심에 도달하고 싶다면 우리는 미생물총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인체 안에서 가장 건강하고 날씬한 형태로 조성해놓은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119)
3장. 뇌에 손을 뻗다
사실 소화기 증상은 정신 건강 장애나 신경계 이상을 나타내는 환자들 사이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보통은 환자들의 병적인 행동 변화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장 장애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마침내 그녀는 앤드루가 중이염 때문에 처방받았던 항생제가 모든 손상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Clostridium difficile 감염에 대한 최신 연구 논문을 접했다. 항생제 치료 후에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 경우 난치성 설사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엘렌의 머릿속에서 앤드루가 겪고 있는 소화기 문제가 떠올랐고 어쩌면 이와 비슷한 박테리아가 장뿐만 아니라 앤드루의 뇌에 영향을 미친 독소를 내뿜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131)
뇌와 장은 두 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로 보나 수행하는 기능으로 보나, 완전히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상호작용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장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장의 움직임 역시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134)
과민성 장 증후군같이 장기적인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감정 상태에 따라 증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134)
장내 미생물총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135)
자폐증이라는 병이 기재된 이후 최초로 자폐증의 미스터리는 새롭고 가능성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145)
이들의 장에서는 건강한 어린이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열 배 이상의 클로스트리듐속 박테리아가 검출되었다. 아마도 클로스트리듐 테타니처럼 이 박테리아들 역시 어린아이들의 뇌를 훼손하는 신경독소를 방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145)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은 인간의 행동도 조종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는 집 고양이에도 흔하게 살고 있는 기생충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고양이 덕분에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146)
하지만 성인에게서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건강에 별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대신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성격’이 변한다.(146)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성격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남녀 모두 감염이 되면 반응이 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147)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사람이 거의 세 배나 더 사고를 많이 일으킨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터키에서 행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교통사고에 연루된 운전자는 톡소플라스마 감염률이 네 배 정도 높았다.(147)
20세기의 첫 반세기 동안 많은 질병들이 미생물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단 하나의 신체기관만은 미생물의 영향권에서 제외되었다. 그 신체기관은 바로 ‘뇌’다. 신부전이나 심장마비는 말로 치료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뇌에 생긴 병은 대화를 통해 치료하려고 시도한다는 사실은 꽤 당황스럽다. 다른 신체기관이 말을 듣지 않으면 외부에서 물리적인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서 뇌—정신—가 문제를 일으키면 환자 자신이나 그의 부모, 또는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쉽게 가정해버린다.(148)
실제로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은 톡소플라스마가 일반인보다 세 배 이상 검출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유전적 연계성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관성이다.(148)
흥미롭게도 톡소플라스마에 심하게 감염된 사람은 조현병 증세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강박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투렛 장애 역시 톡소플라스 톡소플라스마 감염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혀졌는데 이 정신 질환들은 모두 지난 수십 년간 발병률이 증가하여 비교적 흔해진 질환이다.(148)
티셔츠에 남아 있는 남학생의 냄새는 바로 피부의 미생물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미생물들은 겨드랑이에 살면서 좋든 싫든 땀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로 바꾸어놓는다. 실제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서 나는 땀과 거기에 자라는 털은 몸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장치의 역할보다는 주머니날개박쥐의 주머니처럼 향수 제조기의 역할을 한다. 이 제조기에서는 몸에서 방출한 땀을 모아 완벽한 향수로 만들어준다. 남학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 특별한 피부 미생물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남학생이 지닌 면역계의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에 의한 결과물이다. 여학생들은 비록 무의식적이었겠지만 이 미생물총을 단서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유전적 조합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153)
피임약은 말할 것도 없고 데오드란트나 항생제 때문에 본능적인 선택 과정에 차질이 생겨서 결국 맺어지지 못한 수많은 커플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153)
키스는 심도 있게 서로의 미생물 샘플을 나누는 기회가 된다. 이는 또한 서로의 이면에 있는 유전자와 면역 능력을 맛보는 것이다. 키스하면서 우리는 감정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누구를 신뢰할 것인지 결정한다.(154)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체내로 들어오면 일단 혈액 내에서 트립토판tryptophan의 수치가 높아진다. 트립토판은 아미노산의 하나인데 행복감을 결정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이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혈액 내에서 트립토판의 수치가 낮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국민 전체의 식단에 전반적으로 트립토판이 적게 들어 있는 국가에서는 자살률이 높다.(155)
트립토판이 부족하면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고,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덜 행복하다는 뜻이다.(156)
우선 박테리아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또 다른 메커니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에는 미주신경이 관련되어 있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내장기관으로 가지를 치며 연결되다가 결국 장까지 이어지는 큰 신경 줄기다. 신경은 전깃줄처럼 선을 따라 미세한 전기 자극을 운반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변화를 감지한다. 미주신경의 경우는 장이 하는 일, 즉 소화의 진행과정과 연동운동 상태 등의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그런데 미주신경의 특별한 점은 우리가 소위 육감gut feeling이라고 말하는 장의 기분까지도 뇌로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생기면 속이 울렁거린다든지, 긴장하면 배탈이 날 것 같다든지 하는 기분은 실제로 장에서 시작된다. 뇌는 단지 미주신경이 장에서 쏘아주는 전기 자극을 통해 정보를 받을 뿐이다.(156)
의사들은 심지어 약물치료법이나 인지행동치료법으로는 고칠 수 없는 심각한 우울증을 이 신경 전달 시스템을 차용하여 치료하기도 한다. 미주신경 자극법VNS이라고 부르는 이 치료는 환자의 목 아랫부분에 미주신경을 감싸는 전선이 연결된 장치를 심어놓고 가슴에 삽입된 펄스 생성기를 통해 미주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환자는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이 행복 조율기 덕분에 쾌활하고 즐거워질 것이다.(156)
많은 정신 질환 환자들 역시 면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강박 장애, 조울증, 조현병, 심지어 파킨슨병이나 치매까지도 면역의 과잉반응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행해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로운 박테리아, 즉 유익균을 장에 주입하면 격양된 면역계를 잠재우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트립토판의 파괴를 막고 행복의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염증을 줄일 수도 있다.(158)
확실히 자폐 아동의 경우 박테리아의 균형이 정상 아동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불균형적인 조성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클로스트리듐속의 박테리아들이다. 그런데 이 박테리아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기에 자폐증 증상이 심한 아이들의 뇌를 개조하는가?(158)
고작 하나의 미생물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이 환자에게 광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159)
프로피온산은 소장까지 내려오며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를 장내 미생물이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중요한 화합물인 짧은사슬지방산SCFA의 일종이다. 이다. 짧은사슬지방산에는 크게 프로피온산, 아세트산acetate, 부티르산butyrate의 세 가지 화합물이 있는데 각각은 체내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며,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공통점이 있다.(159)
자폐 장애 아동의 부모가 아이의 식단에서 특정 음식을 제한했을 때 아이의 증상이 호전되었다.(166)
체내의 미생물 조성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우리가 가는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167)
4장. 이기적인 미생물
인간과 달리 야생동물은 이러한 전염성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야생동물의 면역체계가 인간보다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염병의 특성상 병이 발생하고 퍼지기 위해서는 병을 옮길 수 있는 개체 간의 접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169)
지속적인 접촉, 그리고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새로운 숙주를 통해 병원균은 끊임없이 번식할 수 있다. 인간과 함께 박쥐는 에볼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질병을 옮기기 쉬운 잠재적인 보균자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모여 사는 것처럼 많은 박쥐들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개체들이 빽빽하게 모여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생활한다.(169)
인간 역시 발달한 사회성과 이동 능력 덕분에 박쥐와 기분 나쁠 정도로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다. 인간은 도시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산다. 그리고 제트기를 타고 세계를 돌면서 병원균이건 무해한 균이건 간에 온갖 미생물을 공유하고 퍼뜨린다.(170)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면역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정확하게도 이 사람들은 면역 장애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면역 강화가 아니라 실은 그 반대다.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너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신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은 물질까지도 공격하는 바람에 나타난 증상이다.(171)
이제 나는 우리, 그러니까 나 자신과 내 미생물을 하나의 팀으로 생각한다.(178)
인간의 면역계 역시 미생물과 분리되어 진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185)
미생물총은 확실히 면역체계의 발달 과정에 개입하여 질병과 싸우는 능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인간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시겔라Shigella 박테리아를 기니피그에 주입하면 정상적인 기니 피그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무균 기니피그는 예외 없이 죽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미생물총 중 한 종만 주입해도 기니피그는 시겔라의 치명적인 영향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188)
8만 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드름 치료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해온 환자는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여드름 환자에 비해 감기나 기타 상기도 감염에 시달릴 확률이 두 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복용 중 감기에 걸릴 위험이 네 배나 높다고 한다.(189)
항생제 처방을 많이 받을수록 천식이나 아토피,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189)
지나치게 위생적인 아기들의 장에서는 박테리아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고 특히 엔테로박테리아의 종류가 적었다. 설사는 인체가 병원균을 씻어내기 위해서 이용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196)
5장. 세균과의 전쟁
2005년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화학과 교수인 제러미 니콜슨Jeremy Nicholson은 논란이 될 만한 가설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비만 현상 뒤에는 항생제가 있다는 것이다.(209)
항생제를 소량만 투여해도 엄청나게 성장했기 때문에 축산업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210)
항생제를 사용하면 가축의 생장이 촉진될 뿐만 아니라 가축 전염병의 발생 확률까지 낮아졌다. 따라서 농장주들은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여 감염의 걱정 없이 비좁은 공간에 동물을 터질 듯이 채워 넣고 키웠다.(210)
비만이 단지 섭취열량과 소비열량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을 가진 복합적인 질병에 가깝다고 주장하였다.(211)
1954년과 2005년 사이 미국에서 항생제 생산은 매해 900톤에서 2만 3,000톤으로 급증하였다. 이 놀라운 약은 사람이 죽고 사는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항생제의 발명으로 인류는 가장 오래된 원수이자 가장 무서운 적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213)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에서 처방되는 항생제의 반은 불필요하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214)
감기나 독감 모두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 질병이라 항생제를 처방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바이러스는 건드리지도 못한다). 또한 대부분 감기는 목숨을 걸지 않아도 며칠 혹은 몇 주 뒤에 스스로 낫는다.(214)
의사들은 아픈 환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낸다는 두려움, 다시 말해 환자가 박테리아성 감염으로 심각한 합병증을 안고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에 항생제를 처방하게 된다.(215)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복용하는 다량의 항생제 대부분은 확실히 불필요하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여전히 만연하는 감염성 질병이나 목숨이 달린 경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상황과는 대비된다.(216)
항생제 내성이 불러온 결과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이 항생제 내성이 있는 감염에 걸리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최근 항생제를 복용했는가 여부입니다”(218)
최근에 여러분이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다음번에 감염되었을 때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질 확률이 더 커집니다. (219)
항생제의 그 손해는 가장 흔하게는 피부 발진과 설사의 형태로 나타난다.(219)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를 복용하는 동안 복부팽만과 설사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복부팽만과 설사는 항생제 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미생물총이 파괴되어 나타난 불균형의 결과다. 대개 이런 부작용은 항생제를 끊으면 며칠 안에 사라진다. 그러나 남겨진 미생물은 어떨까? 그들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221)
아기들의 성장 과정 중에 일어나는 미생물총의 변화를 관찰한 어떤 연구에서는 단 한 번의 치료 후에 아기의 장내에서 박테리아가 거의 모두 사라져 DNA조차 전혀 감지되지 않은 경우가 기록되었다.(222)
제1형 당뇨병과 다발성 경화증은 1950년대에 일어났고, 알레르기와 자폐증은 1940년대 후반에 일어났다. 사람들은 비만이 확산된 이유가 스스로 진열대의 상품을 골라 계산하면서 익명의 소비를 죄책감 없이 즐기게 해준 대형마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 비만이 급증했는가? 1940~1950년대다. 이 시점은 또 다른 중요한 사건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그러니까 앤 밀러가 마지막 순간에 죽음의 신을 물리치고 살아난 사건, 더 정확하게 말하면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항생제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사건 말이다. 이 역사적인 날 이후 항생제는 대중에게 빠르게 배포되었다.(223)
유독 하나의 특정한 항생제 조합에서 체중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바로 반코마이신과 겐타마이신gentamycin의 조합이다. 다른 항생제의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들보다 몸무게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226)
미나리, 옥수수에 이르기까지 채소와 약초들은 항생제 잔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채소 줄기나 잎에 포함된 항생제량은 많지 않지만 몇 주, 몇 해가 지나면서 축적되는 양은 무시할 수 없다. 고기류가 도살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가축에 처방하는 항생제에 대한 규정이 있어 관리가 되지만 농지에 사용되는 거름 속의 약물 성분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도 없다. 식탁 위에 놓인 고기반찬과 채소반찬 중에서 항생제가 들어 있는 것은 고기가 아닌 채소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230)
자폐성 장애 아동의 93퍼센트가 두 살 이전에 중이염을 앓은 적이 있다. 자폐증 증상을 가지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는 57퍼센트로 대비된다.(232)
중이염을 자주 앓을수록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역학조사에서는 자폐성 장애 아동이 정상인 아이에 비해 항생제를 세 배나 더 많이 복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18개월 이전에 항생제를 맞는 것이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233)
여성이 (다른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 말고) 미노사이클린을 복용한 후에 루푸스에 걸릴 위험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5배 이상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온다.(235)
기본적으로 항생제는 사람을 살리는 약이다. 지금까지 항생제가 구한 수많은 생명과 항생제로 인해 사라진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항생제가 주는 혜택뿐 아니라 손실도 있다는 것을 인지함으로써 항생제의 가치를 더욱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체와 인체가 형성하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의사와 환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235)
위생적인 생활습관이 체내의 유익균에게 끼치는 악영향 때문에 도리어 우리 자신이 해를 입고 있다.(236)
파킨슨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불안 장애 역시 연쇄상구균과 기저핵 손상에 관련이 있다.(243)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부족민들은 몸을 자주 닦지 않고 비누 한 번 쓰지 않지만 데오드란트 없이도 나쁜 체취를 풍기지 않는다.(245)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우리가 어떤 미생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246)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 화학물질로 몸을 씻고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도리어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비누와 데오드란트는 우리의 암모니아 산화균을 죽인다. (247)
6장. 먹는 대로 간다
인체 영양학은, 적어도 기존 학설에 따르면, 7미터짜리 소장의 끝부분에서 실질적으로 끝이 난다. (250)
현대인은 먹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253)
직접 복용했든 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잔류성분을 섭취했든 항생제의 이차적인 피해는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난다.(253)
식단에서 상대적인 지방과 당분의 양이 증가하면 섬유질의 양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찌는 이유는 우리의 밥상에서 지방이나 당분의 양이 늘어서가 아니라, 섬유질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265)
“고지방 식단과 동시에 고섬유질 식단을 함께 먹는다면 적어도 과식으로 살이 찌는 불행은 피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반대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서 섬유질을 함께 먹어주지 않으면 장벽의 보호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267)
비만은 단지 많이 먹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 조절에 관한 질병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280)
“탄수화물 섭취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장소입니다. 즉 소장에서 흡수되는지, 아니면 짧은사슬지방산으로 전환된 후에 결장(대장)에서 흡수되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영양성분표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281)
글루텐이나 락토스를 완전히 피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미생물총 균형을 복원하는 동시에, 인간이 글루텐, 락토스와 맺었던 포스트 신석기 시대의 관계를 회복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285)
우리 각자는 우리 자신이 또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책임을 지며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통제를 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287)
7장. 엄마가 주는 선물
종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어미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건강한 미생물 세트를 선물하는 것은 거의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이다.(289)
출산의 마지막 단계에서 아기는 일단 머리가 먼저 나오는데 몸을 엎드린 형태로 얼굴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되어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항문을 마주 보는 자세가 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마지막 수축이 시작될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이때 아기의 머리와 입은 최적의 자세를 취하게 되며 엄마가 지린 대변 속의 미생물을 흡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여기까지 읽으며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꼈겠지만, 이는 앞으로 아기가 순탄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출산의 과정에서 엄마가 변과 질을 통해 아기에게 선물로 주는 미생물 세례는 신생아가 처음으로 입는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최고의 배냇저고리다.(290)
아기는 실제로 엄마의 질에서도 미생물총의 일부를 얻는다. 임신한 여성의 질에 사는 박테리아는 비임신 여성의 질에 사는 박테리아들과는 조성이 크게 다르다. 질에서 장 박테리아가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292)
실제로 산모들에게는 제왕절개 분만이 질식 분만보다 평균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다. (296)
한때는 질식 분만에 대한 안전한 대안으로 여겨지던 제왕절개술이 점차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297)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들은 자폐증으로 진단받을 확률이 더 높다.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 역시 제왕절개로 태어났을 확률이 두 배나 높다. 일부 자가면역 질환 또한 제왕절개 분만과 연관이 있다. 제1형 당뇨병과 셀리악병도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경우에 발병 확률이 더 높았다. 심지어 비만까지도 제왕절개 분만과 연관이 있다. 브라질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사람의 15퍼센트가 비만이 되는데 이는 질식 분만으로 태어난 사람의 10퍼센트가 비만이 되는 것과 대비된다.(297)
사람의 모유에는 총 130종류에 이르는 엄청나게 다양한 올리고당이 들어 있다. 이는 다른 포유류 젖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303)
신기하게도 아기를 분만하는 방법에 따라 모유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이 달라진다. 사전에 계획하여 제왕절개 분만을 한 여성의 초유에서 나오는 미생물 종류는 질식 분만을 한 여성에서 나오는 여성의 초유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적어도 6개월 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진통 끝에 응급 제왕절개술을 한 여성의 모유는 질식 분만을 한 경우와 훨씬 유사하다.(307)
두 가지 면에서 자연 분만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접종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 둘째, 모유를 통해 받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307)
성인에게는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은 것이 건강하다는 지표이지만 아기는 반대다. (309)
비만은 종종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하는데 분유를 먹은 아이들은 예외가 없다. 분유만 먹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당뇨병을 가질 확률이 60퍼센트 더 높은 것이다. 제왕절개술처럼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데서 오는 위험은 21세기형 질병과 관련이 있다.(311)
생후 첫 3년 동안 아기의 장내 미생물총의 세계는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대륙처럼 매우 불안정하다.(313)
미생물군 유전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인간의 게놈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그것, 바로 적응력이다. 인간이 평생에 걸쳐 호르몬의 성쇠를 겪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마다 미생물은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최대로 이용한다. (315)
가족의 구성원은 서로 매우 비슷한 미생물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과 거의 같은 박테리아를 공유한다.(316)
어떤 과학자들은 노인들의 장내 미생물총을 개조함으로써 인간이 좀 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들떠 있다.(319)
엄마로서 여성은 자기의 유전자만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수백 개 유전자까지 함께 아기에게 물려준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확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연 분만과 완벽한 모유 수유의 중요성,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수록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320)
8장. 제자리로 되돌리기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설사를 하는 사람이 30퍼센트라면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복용했을 때는 17퍼센트로 줄었다. (332)
자폐 장애, 투렛 증후군, 강박 장애 환자를 다루는 정신과 의사라면 아마도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물의 행동에서 자신의 환자와 비슷한 점을 눈치 챌지도 모르겠다. 입에 넣거나 몸에 바르는 등 변에 대한 극단적인 관심은 일부 조현병 환자나 강박 장애 환자뿐 아니라 가장 증상이 심한 자페 장애 아동에게서 나타난다. 동물과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반복적이며 식분증적인 행동을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한다면 부모의 별거나 성적 좌절감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는 생리학적 해석에 약간의 미생물적 견해를 덧붙여보자. 반복적인 행동을 낳는 비정상적인 미생물총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자신보다 건강한 개체의 변을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식분증은 비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 적응적인 행동, 즉 아픈 동물이 신체의 불균형을 고치려는 노력 아닐까?(338)
건강한 대변은 각각 40달러의 가치가 있고 한 번 기부할 때마다 두세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대변을 기증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근에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없고 외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으며 알레르기나 자가면역 질환 또는 대사증후군, 심각한 우울증 같은 미생물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없어야 한다. 물론 HIV나 대장균O157 같은 미생물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격 요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약 50명의 지원자를 테스트하고 검증해야만 한 사람의 적합한 공여자를 만날 수 있다.(346)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건강한 생을 영위하고 어떤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 80퍼센트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350)
맺음말
21세기에도 건강하게 어디서, 언제, 누구에게 21세기 질병이 나타났느냐는 질문은 ‘왜’ 그리고 ‘어떻게’ 21세기형 질병이 돌연 나타났느냐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한마디로 말하면, 체내의 미생물이 파괴된 것이다. 인간의 미생물총, 특히 장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이 균형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염증이 생긴다. 그리고 염증은 만성 질환을 일으킨다.(362)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는 세 가지로 위협받고 있다. 첫째 항생제 사용, 둘째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 셋째 아기에게 미생물을 전달하는 방법의 변화. 우리는 이 세 가지 위협에 대해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364)
건강한 식습관과 먹을거리를 논할 때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삶의 속도’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섬유질도 없다.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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