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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진주(자서전,에세이)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 박경원 | 지식터(2024)

by watergarden1 2024. 10. 7.

세상에 수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필자는 내 직업 외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지경을 넓히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그들의 세계에 서서히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특히 이 책 저자의 직업인 '사회복지사'는 내가 하는 일과도 많은 연관이 되어 있어 관심 있게 읽게 되었다.
실은 이 책을 쓰신 저자분은 지인이시다. 그 분의 성품과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참 존경했던 분이기에,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미처 나누지 못한 그의 삶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겠다.
이 책을 통해 25년간 노련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고 좀 더 깊이 있는 저자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어 더욱더 감사할 따름이다.

 

1. 하나의 직업, 8번째 직장, 사회복지사

 
세상 모든 것을 다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면 과연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어느 순간이 되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간접 경험만으로도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p. 23
 
어쩌면 우리 모두는 평생 자신의 일터에서 초반의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씩 이해의 계단을 쌓으며, 이해가 안 될 때 역지사지로 생각하려는 노력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p. 23
 
직장인이 현재의 직업을 가질 확률은 12만 8천분의 1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업 중에서 현재 자신의 직업을 선택한 확률이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서 벼락을 맞아 숨질 확률을 '28만 분의 1'로 규정했다고 하니 현재의 직업을 선택할 확률이 얼마나 엄청난가 싶다. p. 24
 
지금까 지도 이직을 하든 안 하든, 이직을 준비하든 안하든 6개월에 한 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있다. 이력서는 단 한 칸이라도 더 채워넣으려고 노력한다. p. 28
 
자신의 살아갈 방향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큼 거창하게, 담대하게 간절히 작성하는 글이 되기를 노 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꽉 찬 이력서와 알찬 자기소개서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그렇기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다짐을 재정비하며, 현재에 머물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p. 28
 
"재물은 대하기가 평등하기를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을 대하기는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p. 29
 
처음이 서툴고 동기가 순수하지 않은 나를 슈퍼바이저는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 진정으로, 이것이 12만 8천분의 1 확률인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계속할 수 있 게 하였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에게 진심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p. 29
 
그레그 모덴슨과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의 실화소설 《세 잔의 차(Three Cups of Tea)>에 “처음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우리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네."라는 글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최대한 현장에서 발로 일하기로 다짐했다. 공감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임을. p. 36
 
누군가 상처는 시간이 지나간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야 극복된다고도 한다. p. 37
 
"너는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사람을 남길 것이냐, 일을 남길 것이냐? 무엇을 남길 것이냐? 너는 일을 먼저 남기는 것에 우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일을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다. 명심하거라." p. 59
 

2.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분야별 실천 사례

 
차이를 허용하는 정도가 높아질수록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 수준 은 낮아질 것이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관용과 신뢰, 존경의 가치언어를 살려내는지 우리는 일상에서 계속 고민해야 한다. 세계번영지수 레가보고서의 "개인의 복지는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친구와 가족의 지원을 받는 사회에서 가장 잘 제공된다."는 말을 다시금 기억해 보아야 한다. p. 66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한 사회 재난은 공평하지 않다. 사회적 약자에게 유독 먼저 찾아간다. 이상기후는 예측 불가이나 선제적 경보시스템의 발달, 나의 문단속과 함께 이웃의 문단속을 살펴봄, 주거 취약지역에 대한 상시 순찰, 도심 공공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같은 제도 개선, 사회 재난 이후의 회복을 위해 행정의 개입과 중재가 함께 가동되어야 한다. 공공복지행정이 사회 재난이 닥쳤을 때 어디를 먼저 살펴볼 것인가, 어떻게 개입할 것 인가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 73
 
토니 파딜라 UCLA 메디컬센터 환자 경험최고책임자에 따르면, "희망을 주고 격려한 환자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치료 예후가 좋았고, 환자와의 적극적 소통만으로도 수술 후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한다. p. 75
 
희망을 말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 특히나 '역경에 처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아무런 제도 개선도 노력도 하지 않고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되돌아보고, 그 과정 속에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에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함께 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가 있고,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모이는 과정을 잘 설계하고 조직화하여 그 조직된 힘으로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p. 76
 
결국에는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마음으로 다짐하고, 몸으로 실천하고 실천하여 성취한 경험으로 다시 마음을 먹게 된다. 심리방역은 코로나19 시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끌던가, 따르던가, 비키던가. p. 77
 
돼지코는 다름을 연결하는 기기이다.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능과 역량을 갖춘 돼지코 같은 인력은 일상에서 필요하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 필요하다. p. 90
 
내가 만난 수많은 공직자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새로움에 대한 갈급함이, 하위직급으로 갈수록 새로움에 대한 피곤함이 느껴졌다. p. 92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p. 103
 
"요즘 모두 팀장을 안 하려고 해요. 팀장을 하면 책임이 가중되거든요. 시간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요. 그래서 특히 팀장들이 야근을 많이 해요. 그러다 보니 팀장 승진 후보가 되면 승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아주 강합니다. 급기야는 팀장 보직이 주어지면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정도입니다." p. 106
 

3. 어쩔 수 없는 생존형 사회복지사

 
"실무자는 칼퇴근, 팀장은 야근, 실장은 휴일 근무, 대표이사는 365일 근무한다고 합니다. 왜 그러는지 아세요? 회사에서 일할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니 더 많이 일하고 기여하라는 거래요. 오랜 기간이 남아 있는 직원은 앞으로 두고두고 기여할 것이니 정해진 시간만 해도 충분하다고요."p. 107
 
일을 하는 것'과 일이 되게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을 하는 것은 실적이지만, 일이 되게 하는 것은 성과이다. p. 109
 
모든 위기는 안과 밖에서 동시에 온다.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서 줄탁동시(啄同時)가 필요한 것처럼 위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밖의 위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안의 문제가 위기를 더 크게 만든 것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위기는 안팎에서 초래된다. p. 116
 
제일 무능한 리더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관리자'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p. 117
 
"작은 일은 지혜로, 큰일은 원칙으로, 어려운 일은 인격으로 하라." p. 122
 
분배방식의 정교화, 고도화보다 더 확실한 것은 신규 자원의 투입, 충분한 공급이 불만을 잠재워 버린다. p. 124
 
회사 내의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일도 결국은 일이기에 이 일이 니 일인가 내 일인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조정하는 일의 연속인 것이다. p. 125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중에 덜 나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디시즌이다."p. 128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중에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용기가 필요하다.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 p. 129

"최근에 힘들다라는 것은 진심으로 살았던 것이다." p. 131
 
볼프 비어만이 "희망을 이야기하면 사기꾼이고, 절망을 설교하면 X자식이다" p. 133
 
주변에 '애쓰지 마라'고 절망적인 이야기하는 사람과는 교제하지 마라. 물든다. 절망에 물들면 물 빼기 어렵다. p. 134
 
버틸 때 잘 버텨야 한다. 버티는 이는 함께 버티는 이들과 연대가 중요하다. 비바람, 맞바람이 불 때 우산을 펼쳐 같이 버티어 줄 사람을 꼭 만들어 놓아야 한다. 혼자서는 버티다가는 오롯이 비를 다 맞다가 튕겨 나갈 뿐이다. 버팀은 연대가 필요하고, 견딤은 괴물을 닮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참음은 입을 함께 털어낼 벗을 만들어 놓아라. 그래야 가능하다. p. 136
 

4.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사회복지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구체적인 제안 기획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또 사회복지사는 누군가의 이러한 제안에 호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p. 142
 
자신만의 삶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어떤 외부 역경에 처하더라도 삶이 그다지 혼란스럽지도 후회스럽지도 않지 않을까? p. 148
 
마음의 문단속을 위해 필수적으로 모바일은 잠시 '비행모드'로 전환해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이 일(사회복지)을 시작했지만 한결같을 수 없다. 강한 태풍이 오면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것도 대응방식이다. 조금은 자신의 목소리에 충실해도 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창문이 바깥세상과 소통 통로이나 태풍이 오면 신문지를 붙이고 창틀을 테이프로 막아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듯, 내 마음도 어떤 때는 다른 이의 시선, 평가에 한동안은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잠시 잠수를 타도 괜찮다. p. 152
 
톨스토이의 말처럼 잘 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고 안 되는 집은 그 만의 이유가 있음을 경험하였다. p. 153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린다.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라.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라." 꿈 백화점 작가의 글귀가 계속 맴돈다. p. 157
 
나는 곁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 곁에 있어 주고 싶기도 하고, 곁을 내어 주기도 한다. 편은 같은 편, 다른 편이 있지만 곁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p. 159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은 곁에 있는 것이다. 곁에 있어 주기 위해 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 편을 만들기 위해 곁에 있는 것은 너무 얄팍하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같은 편인가,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인가? p. 160
 
젊은 나이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고생고생하다가 현지에서 정착, 유학원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다. 이민온 사람들 중에 성공적으로 그 어려운 타문화권에 정착, 이민생활을 잘 이어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고생만 하다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단 하나, 이민올 때 한국의 집을 전세 주고 오느냐 집을 팔고 오느냐의 차이라 했다.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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