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는 고독을 받아쓰기로 했다 | 허연 | 생각정거장(2024)

2025. 6. 7. 18:49책속진주(자서전,에세이)

이 책은 시인인 작가의 마흔을 위한 필사집이라고 한다. 허연 작가가 매일경제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책과 지성'을 모아 만든 책이기에 40대를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1장.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

 

고통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건너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다. 반대편의 만족과 기쁨과 행복을 진정으로 알고 느낄 수 있는 것도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다.”(15)

 

과거의 상실은 잊지 못해서 괴롭고, 다가올 미래의 상실은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괴롭힌다. 결국 상실에서 오는 고독은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이다. (24)

 

배가 안정적으로 나아가려면 어느 정도 바닥 짐이 실려 있어야 하듯, 우리 삶에는 어느 정도의 근심이나 슬픔이나 결핍이 필요하다. (24)

 

사실 가장 멋있는 사람은 ‘잘 혼자인 사람’이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는 사람들은 집단이 사라지면 좌표를 잃는다. 하지만 잘 혼자인 사람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곧 좌표다. 존재하는 일 그것은 쓸쓸함과 친해지는 일이다. (30)

 

“엄마는 덫에 걸렸다. 아버지와 결혼했고, 생활비를 받기 위해 아버지와 잠을 잤다… 아버지도 역시 덫에 걸렸다. 아버지는 밤마다 문지기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섰다.” 불행한 부부를 이렇게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욕설 한마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가장 잔인하게 불행한 부부관계를 묘사한 문장이다. -윌리엄트레버(32)

 

2장. 삶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법

 

인간이 잘못된 믿음이나 통념에 빠지는 중요한 원인은 뇌의 오류다. 인간의 부정확한 뇌는 ‘신념과 기대’라는 묘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낸다. 사람의 뇌는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와 합치되는 정보가 나타나면 그것을 확대 해석하는 못된 속성을 발휘한다. (43)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든지, 어떤 물건을 창고 깊숙이 넣어두면 꼭 급하게 쓸 일이 생긴다든지 하는 일은 모두 기억술의 오류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다.(44)

 

월급이 얼마냐는 신자의 짓궂은 질문에 교황은 답한다. “월급이 없어요. 하지만 여기서 먹을 것을 줍니다. 신발이 필요하면 신발을 사줍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저는 버는 돈이 없으니 가난합니다. 하지만 저의 가난은 허구입니다. 부족한 게 전혀 없으니까요.” (50)

 

유명한 발달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Jerome Kagan은 감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편도체가 예민한 아기들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외부 환경에 예민한 아이들은 집중력과 통찰, 몰입에 있어 외향적인 아이들보다 우수했다. 외향적인 아이들이 보상에 민감한 반면 내성적인 아이들은 내적인 충만감을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9)

 

고지대에서 200~3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천천히 자란 가문비나무는 저지대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가문비나무와 비교할 수 없다. 수목한계선 바로 아래 척박한 땅과 기후는 가문비나무의 생존에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이 된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 아주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목재에게 ‘울림’이라는 소명이 주어진다. (64)

 

모든 나무에는 고유음이 있다. 따라서 모든 바이올린의 소리는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른 상처와 환희 속에서 살았기에 각기 다른 고유음을 가지고 있다. 그 고유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연주이다. (65)

 

3장. 품격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

 

나이 든 사람들은 꽃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꽃은 생명력의 정점이다. 즉 꽃은 ‘청춘’이다. 이제 청춘을 지나쳐버린 사람들은 꽃을 찍는 것으로 생명력의 정점이 지나갔음을 아쉬워한다.(75)

 

물이 그릇 따라 그 형태를 나타내듯이 인연에 따라, 때와 장소에 따라 우리의 존재가 규정됩니다. 역할에 순간순간 집착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이 마치 그것인 양 착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거기서 온갖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나’의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88)

 

“운이라는 것은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놓지. 불행을 해결하라고 말일세.”《돈키호테》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97)

 

말에는 반드시 세 가지 표준이 있어야 한다는 지침이다. 역사적 표본, 경험적 근거, 현실적 유용성이 그것이다. (100)

 

4장. 행복을 찾는 법

 

삶은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잠시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109)

 

우리의 목표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완벽한 기술로 연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겉모습을 실제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121)

 

인간의 의식에서 개인적인 것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의 98% 이상은 우리가 문화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입니다. (132)

 

5장. 죽음을 이해하는 법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다른 존재 혹은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려는 시도다. 공감의 가능성, 바로 여기에 글쓰기의 본질과 매력이 있다. (140)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의 수단이나 목표가 비열하고 저급하다면, 그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도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143)

 

시간이 지나면 슬픔이 나아진다고? 아니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사라지게 할 뿐이다. 예민함은 지나가지만 슬픔은 늘 제자리다.” 바르트는 슬픔을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슬픔은 무엇으로도 메꾸어지기 힘든 ‘패인 고랑’이므로.(150)

 

지구 어디에서 살든 인간은 한 가지 점에서 모두 똑같다. 누구나 한 번뿐인 소중한 생을 산다는 것이다. 세계는 그런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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