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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진주(교육,시대경영)

📚폭염살인 | 제프 구델 | 웅진지식하우스(2024)

by watergarden1 2024. 9. 9.

신문에서였을까!!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의 제목이 무지 끌려 읽게 된 도서이다. 유독 더위에 취약한 나였기에 해마다 더워지는 기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열 배는 더 뜨겁게 느껴졌다. 이런 폭염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다.

 

2023년은 인간이 지구에서 겪은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2024년은 더 했음). 이와 관련해 기후과학자들은 다섯 가지 요인을 꼽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엘니뇨다. 세 번째 요인은 점점 따뜻해지는 바다다. 네 번째 요인은 대기 중 에어로졸 감소이고, 마지막 요인은 남태평양에서 일어난 훙가퉁가 훙가하파이 해저화산의 분출이다. p. 13

 

2023년에 는 더위, 가뭄, 전쟁으로 쌀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엔에 따르면 "극심한 굶주림"을 겪는 사람은 2억 5,800만 명이라는 기록적 수치에 달했고 이 중 상당수가 아사 위기에 놓여 있다. 기근조기경보 시스템네트워크 Fan Famine Early Warning Systems Network에 따르면, 2024년에는 더위와 가뭄으로 전 세계 농경지의 최소 4분의 1이 작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p. 16

 

프롤로그. 낭만은 끝났다

 

태평양 북서부 연안은 오랜 세월 기후위기의 피난처로 여겨져 왔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한'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면 바로 이 태평양 북서부로 이사 오면 됐다. 이곳에는 해변과 호수, 아름드리나무가 자리 잡은 것은 물론, 화산재 토양 위에 블루베 리와 회양목을 비롯해 세계 최고급 피노누아 와인도 만들 수 있는 포도 등 그야말로 온갖 것이 잘 자라난다. 캐스케이드산맥에는 빙하가 있는가 하면 올림픽국립공원에는 온대 다우림이 울창하고 곳곳의 자연경관은 에덴동산의 흔적이라도 남은 듯 아름다워 수많은 이주자들이 오리건 이동로를 따라 이곳으로 발길을 재촉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1970년대에 이곳 농장에서 사과를 땄다가 그것이 마음에 쏙 든 나머지 자기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 짓게 되었다. p. 30

 

혼자 사는 노인이나 집에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이들, 혹은 속수무책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 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 이런 면에서 보면 폭염은 힘없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약육강식의 현장인 셈이다. p. 36

 

산업혁명 이후 250년간 작정한 듯 연료를 태워서 대기를 이산화탄소로 꽉 채운 탓에, 지구의 온도는 1.2℃가 높아졌다. 이 추세는 계속되어 21세기말이면 지구의 온도는 3.3℃ 혹은 그 이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석유, 가스, 석탄을 더 많이 쓸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p. 40

 

다시 말해 극단적인 더위는 전적으로 인간이 빚어낸 작품, 만리장성만큼이나 버젓이 존재하는 인류 문명의 유산이다. p. 42 아마 다음번 팬데믹이 닥친다면, 살기 위해 더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 동물에게서 옮아온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p. 43

 

더위가 몰고 온 혼돈의 세상에서는 불평등과 부정의의 깊은 균열도 더위를 통해 드러난다. 더위 앞에서는 가난이 곧 취약함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에어컨도 틀 수 있고, 먹을 것과 생수를 쟁여놓을 수 있고, 정전에 대비해 예비 발전기도 설치할 수 있다.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는 집을 팔고 더 시원한 곳으로 이사할 수도 있다. 반면에 가난하면 단열도 안 되는 아파트에서 땀을 뻘뻘 흘리거나, 아예 에어컨이 없거나 냉방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이동식 주택에 살면서 무더위에 시달려야 한다. 가난하면 어딘가 더 시원한 데로 이사 갈 생각도 할 수 없다. 실직이 두려울뿐더러 뭔가를 새로 시작할 만큼 모아놓은 돈도 없기 때문이다. p. 45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경제학자이자 기후학자이고, 기후 영향연구소 Climate Impact Lab의 공동 대표이사인 솔로몬 시앙의 계산에 따르면, 온난화가 1℃ 진행될 때마다 미국의 1년 GDP의 1.2 퍼 센트, 즉 3,000억 달러가 사라진다고 한다. 더위는 아동의 시험 성적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임신부의 유산 위험도 높인다.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 및 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충동적으로 행동해, 쉽사리 분쟁을 일으킨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비방과 혐오 발언이 급작스레 늘어난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총기 사고도 늘어난다. 강간 사건도 폭력 범죄도 증가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높은 기온과 내전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 46

 

명망 있는 의학저널인 <란셋>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에만 극단적인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48만 9,000명에 달했다. 이는 허리케인과 산불을 비롯한 다른 모든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망자를 전부 합친 것보 다 많은 숫자다. 총기류와 불법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보다도 많다. 더구나 이 수치는 더위가 직접 사인이 된 사망자만 추린 것이다. p. 47

 

극단적인 더위는 우리가 지금껏 예상했던 그 어떤 것도 뛰어넘는 힘이다. 그것은 인간이 초래한 결과이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힘과 예언은 신에 버금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단순한 운명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익숙해져 있던 온도(과학자들의 용어로 자신들의 골딜록스 존)가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오르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 p. 49

 

1장. 일가족 참변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연쇄 반응)

 

극단적 더위에 노출되어 체온이 40℃를 넘어서면 발작이 일어나고 우리 몸의 세포가 망가지거나 녹아내린다. 혈액 안에서 응고 연쇄 반응이 일어나 온몸 구석구석에서 출혈이 생긴다. 이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이는 아무도 없다. p. 52

 

모든 유기체는 나름의 방식으로 열을 관리한다. 우리 인간은 바깥 온도가 얼마든 우리 몸의 온도를 36.5℃로 일정하게 유지하려 무던히 애를 쓴다. 밖의 기온이 낮으면 몸은 신체 중요 기관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피를 그곳으로 보낸다. 반면 밖이 더울 때는 피부 쪽으로 피를 밀어내 땀을 통해 피부가 식도록 한다. 마른 열이 습한 열보다 덜 위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기가 습하면 습할수록 땀이 수증기로 증발하기 힘들고 따라서 열을 없애기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우리 몸에도 한계 온도가 있다. 습구온도 35℃(이는 기본적으로 바깥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다는 의미 한다)가 습한 열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최고 한계치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이 한계치를 넘으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없앨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열을 발생시키는 셈이 된다. p. 63

 

날이 더울 때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중간 온도에서 중강도 활동을 1시간 하는 경우 일반적인 1인당 물 권장량은 약 500밀리리터다. 그러나 극단적인 조건에서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수분 공급이 충분한 사람은 시간당 최대 약 2.8리터의 땀을 흘릴 수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을 마시든 우리 몸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1.9리터에 불과하다. 따라서 더운 장소에 오래 있을 경우 탈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약 1.9리터의 비율로 땀을 흘릴 때조차도(소방관이 더운 환경에서 보호복까지 착용하고 진화 작업을 할 때 흘리게 되는 땀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시간이 지나면 탈수 수치가 2퍼센트를 넘어서게 된다. 이 지점에 도달하면 실질적 탈수가 시작되어 혈류 감소로 인한 심장 근육 강직 현상이 일어난다. 게다가 탈수가 일어나면 근육, 피부, 뇌, 장기들 사이에서 서로 피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경 쟁이 더욱 과격해진다. p. 67

 

열사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심부체온을 재빨리 낮추는 것뿐이다. 따라서 찬물 샤워나 얼음이 담긴 욕조(혹은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체 운반용 부대)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복용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오히려 신장의 원활한 기능을 방해해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오로지 심부체온을 낮춘 뒤에만 비로소 열사병으로 인한 손상이 멈추고 치료와 회복의 희망이 있다. p. 68

 

2장. 열과 진화 (인간은 어떻게 열에 적응해왔는가)

 

오늘날 우리 몸에 있는 땀샘의 수는 자그마치 약 200만 개에 달한다. 땀샘은 코일 형태의 자그만 튜브처럼 피부 속에 묻혀 있는데 그 크기는 세포 하나 정도로 엄청나게 작다. 땀샘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한다. 땀샘은 우리 몸에 고루 퍼져 있지는 않다. 우리의 양손, 양발, 얼굴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고, 엉덩이에 가장 적게 분포해 있다. 특정 부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땀샘이 더 많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최대 발한 비율 maximum sweating rate은 여자 보다 남자가 높은 경우가 많다. 땀샘에서 분비되는 액체의 99.5퍼센트가 물이다. 한마디로 우리 몸을 축축하게 적시는 게 땀샘의 유일한 기능인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당 약 0.95리터, 하루 약 11.3리터의 땀을 너끈히 흘린다. 침팬지가 흘리는 땀보다 약 10배는 많은 양이다. p. 107

 

3장. 열섬 (실내 온도는 새로운 계급이다)

 

도시들이 점점 커지고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기온은 계층, 재산, 그리고 종종 인종을 가르는 알려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에어컨으로 결계를 치고 오싹한 한기를 즐기는 이와 46℃에 육박한 7월 오후에 속수무책으로 익어가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다. 마치 온도 격리정책이라도 시행된 듯이. p. 112

 

피닉스에서 기온은 계층, 재산 그리고 종종 인종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피닉스에서 부자라는 것은 큰 집에 살면서 에어컨을 최대 한 틀고 아주 차가운 마티니를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온이 무려 46℃에 육박했던 7월 어느 오후에 만난, 아이 넷을 키우는 46세의 싱글맘 레오노 후아레스처럼 궁핍한 처지에 있다는 것은,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남부 피닉스에서 생활하면서 박봉을 쪼개 무더운 여름밤 한두 시간이라도 에어컨을 틀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이다. p. 130

 

4장. 기후 이주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떠나는 일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p. 148

 

"더운 기후에서 도망치는 일이 현재 연구에서 주장하는 규모 만큼 일어난다면 전 세계의 인구 분포가 재편성될 것이다. 저널리스트 애브람 루스트가튼 Abrahm Lustgarten은 이처럼 썼다. p. 149

 

5장. 범죄 현장 (폭주하는 더위, 인류 모두가 공범이다)

 

열이란 결국 분자들의 진동이다. 달리 말해 온도는 분자 집합의 평균속도다. 무언가가 차갑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의 평균속도가 낮다는 뜻이고, 무언가가 뜨겁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의 평균속도가 높다는 뜻이다. p. 173

 

우리가 화석연료를 태워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분자를 배출하는 순간 우리 세상이 점점 열을 받는 이유 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말 그대로 하늘이 진동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p. 174

 

6장. 마법의 계곡 (식량 공황이 불러올 참혹한 미래)

 

"식량 안전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가장 큰 변화를 단 하나 꼽으라면 바로 높아진 기온이다." p. 194

 

식량이 충분치 않으면 세상은 배고픔, 혼돈, 폭력의 아수라장이 된 다. 이런 현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용한 악독한 통치자와 독재 자들은 항상 있었다. p. 197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식량의 정치적 힘을 이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무기화하지 않았 던가. 2022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나라의 밀 공급을 고의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불을 지폈 다. 러시아 침공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항구들을 봉쇄하고 철도를 폭파하고 곡물을 강탈하고, 농부들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2,000만 톤의 밀을 사라지게 했다. p. 197

 

물이 많이 필요한 만큼 옥수수나 대두 같은 작물들은 습한 더위보다 메마른 더위에 훨씬 더 큰 타 격을 입곤 한다. p. 202

 

더 무더운 세상에서는 벼가 흙에서 더 많은 비소를 빨아 들이고, 그러면 비소가 풍부한 쌀알이 맺힌다" (비소가 잔뜩 들어 있는 쌀을 먹는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유방암과 방광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소아의 경우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p. 203

 

옥수수는 미국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산업적으로 반드시 비축돼 있어야 할 식량이다. 우선 우리가 아침에 먹는 시리얼부터 아이스크림까지 가공식품을 만들 때는 옥수수 시럽이 필요하다. 또한 옥수수는 가장 중요한 사료 원료다. 다시 말해 동물들이 엄청난 양 의 옥수수를 먹어야 동물성 단백질이 생산된다. p. 21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식품 가격 상 승은 정치적 불안정, 혼돈,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p. 214

 

기후변화 속에서는 단백질 공급도 문제가 된다. 소와 닭은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인 동시에 하나같이 더위에 지극히 취약한 동물이다. p. 220

 

7장. 해양 폭염 (바다의 사막화,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양은 4초당 1톤에 이른다(이 속도라면 2050년 무렵에는 바다 안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다가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 표면으로부터 1.6킬로미터 정도의 물이 데워지는 속도는 1960년대 이래 2배로 늘었다. 2022년에는 4년간 연달아 바다의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측정치에 따르면, 현재 바다에 더해지는 열의 양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밤낮으로 100대의 전자레인지를 돌릴 때 발생하는 열의 양에 맞먹는다고 한다. p. 229

 

IPCC가 바다와 빙권을 주제로 2019년도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페르트너도 주요 저자로 참여했다. IPCC가 세계의 바다와 빙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으로, 105명의 과학자가 3년간 함께 연구한 방대한 프로젝트였다. 이 보고서에는 수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지만 기본 메시지는 명확했다. 몇십 년 안에 바다는 더 뜨거워지고 더 산성화 될 것이며, 산소와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 거라는 것이었다. 해수면은 상승해서 연안의 도시들은 물에 잠길 것이다. 바다의 순환 패턴이 바뀌면서 날씨에도 예측불허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여기에는 전 세계의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보고서는 요약 부분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25년에 걸쳐 바다는 전례 없는 상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p. 232

 

8장. 땀의 경제 (더위는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상당 부분의 경제활동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야외 작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후학자 켄 칼데이라가 말 한다. "빈곤이 극단적인 기온과 결합하면 목숨에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p. 250

 

만성신부전은 "기후변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급속도로 퍼져나갈 수많은 더위 관련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 p. 251

 

9장. 세상 끝의 얼음 (남극에서 현관까지, 절망의 나비효과)

 

10장. 모기라는 매개체 (코로나19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위는 우리 행성 위의 질병 알고리즘까지 다시 쓰고 있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일의 미리보기에 불과하다. p. 298

 

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껏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의 절반이 모기를 매개로 한 병원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7세기에 노예선을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들인 이집트숲모기는 황열부터 지카바이러스까지 그야말로 온갖 위험한 질병들을 실어 나른다. p. 299

 

세계가 점점 따뜻해져서 더위를 좋아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살아가기에 더욱 안락한 행성이 되면, 모기에게 최적의 서식지는 지금보다 더 북쪽은 물론 더 높은 고도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2080년에 이르면 5억 명, 다시말해 전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뎅기열의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많은 사람을 병에 걸리게 하고 목숨을 잃게 할 것입니다." 조지타운대학교 세계보건학 및 보안센터의 생물학자 콜린 칼슨은 말했다. “모기를 매개로 한 병도 대대적으로 번질 테고요."p. 301

 

지금 북극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난 수만 년간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얼음에 갇혀 있던 병원체들이 자유롭게 풀려나고 있다. p. 304

 

최근 몇십 년 사이에 발생한 새로운 감염병 대다수도 이런 동물원성 병원체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데에는 탁월한 박쥐, 모기, 진드기 같은 동물을 만나면서 발생했다. p. 306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기의 종은 대략 3,000가지다. 그중 공중보건 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종은 얼마 되지 않는다. 빨간집 같은 경우에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를 싣고 다니고, 일명 아시아 호랑이모기 Asian Tiger mosquito로도 불리는 흰 줄 숲모기 Aedes albopictus는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종으로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나 이집트숲모기와는 달리 인간의 피를 탐하지는 않는다. p. 314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는 물론 황열과 치쿤구니야를 옮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개체인 만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거기에다 이집트숲모기는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종이다(파우치의 표현을 빌리면 이집트숲모기는 유난히도 사람만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한 마디로 이집트숲모기는 모기계의 래브라도리트리버로, 우리 인간의 집안 혹은 그 근처에 머물면서 병뚜껑이나 화분 테두리에 고인 맑고 신선한 물웅덩이에 알을 낳으며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아울러 다른 모기들에 비해 기온이 올라갈수록 더 잘 사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점점 따뜻해지는 행성에서의 삶에도 잘 적응돼 있는 셈이다. p. 314

 

점차 따뜻해지는 세상에서 진드기가 보내는 가장 대표적인 위험이 라임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라는 세균을 싣고 다니는 사슴진드기가 이 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라임병은 1970년대 중반 코네티컷주에서 처음 발생했다. 오늘날에도 주요 질환으로서 건강에 점점 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p. 321

 

11장. 값싼 냉기 (에어컨의 안락함에 중독된 세계)

 

에어컨 가동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에어컨 가동에만 거의 20퍼센트가 할당된다. 건물에서 발생해 지구 의 대기를 점점 달구고 있는 온실가스 오염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지구가 더워질수록 사람들은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그런 데 전기의 일정 부분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산되는 만큼 결국에는 온실가스 오염이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후는 한층 더 뜨거워지고 말이다. p. 345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은 도시, 특히 더 노후하고 더 빈곤한 도시들에서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도시에는 낡고 비효율적인 창문형 에어컨이 모든 건물에 매달린 채 실내의 열기를 빨아들여 바깥의 길거리로 내뿜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에어컨은 절대 냉방 기술이 아니다. 에어컨은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다. p. 345

 

12장. 폭염 경보 (극한 더위의 실체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누구도 폭염 속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는다. 혼자라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또 도움을 청하지 않아서. 아니면 에어컨이 없거나(혹은 에어컨을 틀 돈이 없어서) 무더위 쉼터를 찾지 못해서 죽기도 하고, 일을 나가지 않으면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하다가 죽기도 한다. p. 370

 

13장. 행동강령 (구워지든지, 도망가든지, 아니면 행동하든지)

 

2003년 2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폭염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한 사람만 1만 5,000명이었다. 그 중 파리 도심에서 살았던 사람들만 거의 1,000명에 달했다. 혼자 살거나 맨 꼭대기층의 다락방, 다락방식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희생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집들에서는 함석지붕 아래에 열기가 쌓이면서 마치 오븐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사람을 말 그대로 통째로 익히기 때문이다. 폭염에 희생당한 시신을 전부 발견하기까지는 몇 주가 걸렸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는 구석구석에 배인 시체 냄새를 빼느라 한동안은 동 전체를 비워야 했다. p. 388

 

가난한 지역에는 나무가 없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중간급의 기후온난화 시나리오만 전개되어도 2050년이면 더위와 가뭄이 겹쳐서 도시 나무의 4분 의 3이 죽을 가능성이 높다. p. 410

 

이 위원회는 파리 곳곳에서 공청회를 열고 폭염에 맞설 최선의 전략을 다각도로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곳 파 리에서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플로랑탱이 딱 잘라 말했다.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p. 419

 

14장. 북극곰 (폭염 시대의 윤리)

 

북극이 사라지면 지구상 거의 모두의 삶이 실질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북극이 더 온난해지면 지구 대기의 열역학이 바뀔 것이고, 그러면 폭염을 일으키는 기압경도 pressure gradient (같은 높이에 있는 두 지점의 기압차를 그 사이의 거리로 나눈 값. 일기도에서 등압선의 간격이 좁은 곳은 기압 경도가 크고 바람이 강하다-옮긴이)가 변화하는 한편 유럽과 아시아의 강우 패턴도 바뀌어 식량 생산에도 커다란 여파를 미칠 것이다. 북극의 빙판이 급격히 녹으면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 세계 연안 도시들이 침수되는 한편 수십 억 달러 가치의 부동산이 무용지물이 되고 수천만 명이 고지대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p. 431

 

에필로그.

 

위대한 이야기 사시사철 윙윙대는 모기와 새로운 전염병,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와 알래스카에서 재배한 포도, 삼엄해지는 국경 경계와 물에 잠긴 도시들, 골딜록스 존을 벗어난 더위는 우리 세상을 180도 바꿀 것이다. p. 454

 

수십 년의 혁신 덕에 지금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화석연료보다 청정연료가 더 값싸게 이용 되고 있다. 이 말은 굳이 석탄, 가스, 석유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수억 명의 사람들을 에너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방책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화석연료에서 탈피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을 꼽으라면, 현실 안주, 정치적 부패, 거대 석유 회사와 정유 회사라 하겠다. p. 457

 

이제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는 단순히 깨끗한 물, 양호한 먹거리, 의료 서비스가 있다고 생존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시원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가, 무더운 날에 바깥에서 일할 필요가 없는 일자리를 가졌는가, 필요할 경우 폭염이라는 기상 이변에서 도망칠 방책이 있는 가가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p.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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