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념 | 피트 데이비스 | 상상스퀘어
오늘날 우리 문화는 무한 탐색모드를 권장합니다. 혹시나 놓칠지 모를 기회와 가능성을 위해 너무 많은 선택지들이 열려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스크롤만 내리다가 시간을 흘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선택지 열어두기'의 주류 문화를 당당히 거부하고 '전념하기'라는 반문화에 기꺼이 동참하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진정한 정체성과 자유와 기쁨을 회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1장. 무한 탐색 모드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나는 이것이 지금 세대를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특징을 두고 '액체 근대'라는 멋진 표현을 떠올렸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끊임없이 탐색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액체 근대다(19).
인생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들은 대개 이러하다. 크고 중요하고 용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보다는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이 이어진다. 거기에서 우리는 나만의 의미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전념하기의 영웅들은 매일, 매년, 꾸준하게 시간과 노력을 쌓아 스스로 극적인 사건 그 자체가 된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결단의 순간은 칼을 꺼내서 용에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정원을 가꾸는 일에 가깝다(25).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탐색모드에만 계속 머무는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 사람과의 관계에 전념하지 못하고 끝도 없이 잠재적 연인을 물색한다(26).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탐색 모드에만 머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세 가지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다. 둘째,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다. 셋째,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다(30).
영원히 탐색만 하다가는 깊은 절망에 빠지기 쉽지만, 무언가에 전념하면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35).
변화에는 왜 꾸준함이 필요할까? 변화는 느리게,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름길은 없다(36).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능력, 마음껏 떠날 수 있는 능력, 즉 융통성은 어느 시점까지는 즐겁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사실 융통성은 오히려 행복을 방해할 때도 적지 않다(57).
생각과 달리, 구성원에게 더 많이 요구하는 집단, 단순히 개인의 욕망만 채우기보다 거대한 책임감을 안겨주는 집단이 더 번성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가 높고 엄격한 선생님들일수록 따르는 학생들이 많은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책임을 지기 원한다. 책임감이 우리를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63).
탐색과 전념 사이의 긴장감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결정 마비, 아노미, 피상적인 삶이 주는 괴로움이 융통성, 진짜 자아찾기,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저해한다(83).
2장. 전념하기 반문화
셰익스피어의 명언 중 이런 명언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위대한 사람도 있고, 노력해서 위대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위대함을 억지로 떠안은 사람도 있다."(93)
현실 속 용들을 물리치는 영웅은 오랜시간 묵묵히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전념하기의 영웅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협을 이겨내며 꾸준히 헌신한다(96).
전념하기의 마지막 갈래이자 가장 중요한 헌신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이다(139).
가장 훌륭한 교사란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 내내 학생들과 동행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140).
지나치게 자주 분열되고, 지나치게 자주 고립되고, 지나치게 자주 단절되는 세계를 좀 더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전념하기 반문화의 사명이다(145).
청년들은 "각기 다른 미래가 담긴 상자가 잔뜩 쌓여있는 창고"와 같다고 철학자 로베르토 웅거는 말했다. 하나의 상자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동시에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많은 상자를 포기해야 하는 일종의 절단이기도 하다(147).
내가 선택한 길이 잘 안풀릴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전념하기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그래야 부담감 없이 전념하고자 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147).
선택지 고르기의 과제는 '올바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연적으로 선택한 미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156).
사명 의식은 나를 넘어서 우리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장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선조들에게도,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도 뻗어나간다. 웬들 베리가 쓴 시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한 가지 삶의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포개지고, 무덤에서 무덤으로 소생하며, 함께 이어져 나가는 삶의 이야기라."(182)
무조건적인 사랑은 상대방의 표면적인 조건이 아닌, 온전한 한 인간에게 깊이 헌신하는 것이다(192).
혼자일 때는 스스로 변화하기가 어렵다. 변화는 힘들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그러한 불안과 걱정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영향력을 휘두를 팀이 필요하다(193).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면, 우선 그 공동체 안에 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내 노력과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를 주장하기 전에 먼저 헌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가가 되기 전에 먼저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194).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새로움만 추구하는 사람은 삶의 모든 것이 재미있거나, 반대로 지루하다고 느낀다(203).
처음에는 재미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는 '새로움'과는 달리, '목적'은 대개 지루하게 시작해서 점점 더 흥미로와진다(204).
목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새로운 경험이 주는 즉각적인 즐거움보다 깊이가 가진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206).
깊이 파고드는 것을 막는 여섯 가지 위협들은 지루함, 산만함, 불확실성, 유혹, 목표 변질, 고통과 피로 등이 있다(218).
전념하기를 방해하는 세 가지 두려움은 그 반대편에 있는 세 가지 선물과 연관이 있다. 후회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사명과 목적을 찾으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찾는다. 유대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연대를 형성하면 더 큰 공동체와의 관계를 찾는다. 깊이가 주는 즐거움으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면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를 찾는다(229).
3장. 액체 세계 속 고체 인간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와 공통된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