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허지원 | 김영사(2020)
😄남쪽 지역 들린 걸음에 이 지역에 있는 북까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사천시에 있는 '생텀커피 삼천포점'을 들렀다가 만난 책 한 권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읽고 싶어 읽었다기보다는 손에 잡혀 읽게 되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많은 공감과 영감을 받게 된 책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글들이 많았습니다.
1부. 노력하되 애쓰지 말 것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이유들은 참으로 다양합 니다. 무엇보다 빈번히 언급되는 것으로는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 (이하 주 양육자)의 방임과 무관심, 그리고 학대가 있습니다. 때로는 병리적인 수준으로 심리적 침투를 해, 자녀를 제 뜻대로 조종하려는 주 양육자도 있지요. 가족 내 역동뿐 아니라 개인의 저조한 대인관계적 성취나 직업적 성취 수준 역시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p. 18
'자존감'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어 오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1890년대에 처음 심리학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이때 자존감을 '성취 수준을 개인의 목표치로 나눈 비율 공식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를 수식화해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존감 = 성취의 수준÷야망
이에 윌리엄 제임스는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의 수준을 높이거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설명했습니다. p. 20
시중에 범람하는 자기계발 도서들이 지어낸 자존감의 허상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우리의 자존감은 도대체가 그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높은 자존감이라는 프레임은 허상에 불과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신기루가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상태 자존감 state self-estee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기 가치감을 뜻합니다. 또한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상 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유동적인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 23
실제로 칭찬은 굉장히 쾌락적인 보상으로, 우리 자존감의 토대가 됩니다. 기분 좋은 물리적 접촉과 같은 즐거운 자극에 반응하 는 후측 뇌섬엽 posterior insula은 칭찬처럼 자존감을 높여주는 기분 좋은 심리적 접촉이 일어났을 때에도 활성화됩니다. p. 24
여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 잔소리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누군가의 칭찬을 받으면 이를 보상적 경험 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개념으로 연결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칭찬을 받거나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반사적으로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좋지 않은 습관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p. 25
가족들과 뒤엉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화는 표출할수록 더욱 커집니다. 카타르시스katharsis는 타인의 이야기를 관찰할 때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런 식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 표현은 불쾌감과 죄책감을 더 높일 뿐입니다. p. 30
융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압력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 천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 가는 존재입니다. 다만 이러한 페르소나와 관련한 억압, 고립감, 혹은 팽창이 병리적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가면은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혼자 있을 때의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자신, 그 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의 자신은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집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태도로 중요한 모임에 참석했다면, 그것이 병리적인 상태입니다. p. 33
성격 personality이라는 말이 페르소나, 즉 가면에서 파생되었듯이 우리의 성격은 본래 다차원적이고 복잡합니다. 꽤나 사교적이지만 동시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할 수 있고, 타인에게 공감을 잘하지만 누구보다 타인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도 있는 게 우리들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괜찮아요. 천 개의 가면은 낮은 자존감의 발로가 아닙니다. 마음을 할퀴며 아파할 문제도 아니고,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더욱 아닙니다. p. 34
'취약한 자존감' 유형은 어느 자존감 유형보다도 더욱 외부의 평판에 민감하여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조리 반응하려 듭니다. p. 53
2부. 타인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 것
자존감이 건강한 수준으로 높은 사람은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자신감만 높은 사람들은 반드시 진심은 통할 거라는 어리석은 자기애적 다독임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아달라고 채근합니다. p. 57
로젠버그 자존감 척도로 유명한 심리학자 모리스 로젠버그 Morris Rosenberg는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호의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라고 정의했습니다. "계급장 다 떼고, 소위 '스펙'을 하나도 드러내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마주했을 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곧 자존감입니다." p. 70
진심이면 언젠가 통할 것이란 믿음은 타인의 인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타인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했을 때에 적개심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의 그럴듯한 자기기만입니다. p. 73
양육자에게 극도로 억제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무에게나 비선별적 애착반응을 형성하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반응성 애착장애reactive attachment disorder'라는 진단은 5세 이전에 시작되었을 때에만 진단 내릴 수 있으며 흔히 영양실조, 성장지연, 또래 대비 저체중, 잦은 병치레를 동반합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함부로 '애착장애'라 라벨링 하지 말아요. p. 81
물론 지금에 와서 부모나 형제 등 원가족들에게 '그때 내게 왜 그랬어?' 하며 화를 내기에 우리는 이미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관계 때문에 받아야 했던 고통감을 없던 일로 하기에 그때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불필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뇌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씩 속이며 사는 게 낫습니다. 의미 있는 대상이 나를, 그게 아니라면 나 스스로가 나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마음의 평안을 건네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의 양팔을 X자로 포개어 반대편 어깨에 손을 얹고, 번갈아가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 버터플라이 허그 butterfly hug도 효과적입니다. 누군가 나를 안정적으로 아끼고 보살폈던 기억이 있다면, 그러한 정신적 표상 mental representation을 다시 한번 천천히 떠올리는 심상화 imagery 작업을 통해 자신을 안심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p. 86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처럼 안온하고 애정 깊은 애착관계를 표현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 자극 에 대한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화 수준이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따뜻하게 교감을 나누는 동물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마음의 안정에 효과적입니다.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따끈한 차를 마셔 마음의 냉기를 가시게 하는 것도 마찬 가지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모두 연구로 입증된, 뇌를 안정시키는 방법들입니다. p. 87
본래 가장 이상적인 양육은 적절히 관여하고 적절히 민감하고 적절히 반응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 양육자들이 보이는 돌봄 패턴은 상당히 미숙하고 일관되지도 않아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p. 90
3부. 완벽주의적 불안에 휘둘리지 말 것
자신의 완벽주의가 진짜 완벽주의인지, 게으름에서 비롯된 잘못된 습관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완벽주의가 아니라 우유부단하고 잘 미루는 습관일 뿐입니다. 완벽주의자로 라벨링(labeling)을 하면 타인에게 그럭저럭 포장되어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p. 110
우리는 100퍼센트 완벽해질 필요도 없고 뭔가를 성취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성과들이 나의 존엄성과 가치에 큰 의미가 있긴 할까요? p. 116
사는 게 실제로 녹록지 않은 것이 맞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열에 한둘은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고, 나머지 여덟이나 아홉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일어나 버리는 일들입니다. p. 131
4부.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 것
다들 되게 생각 있어 보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 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삶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상처 입고 고단했던 자기애가 남긴 하나의 증상 같은 것입니다. p. 139
편도체의 부피가 줄어든 사람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 중에 주목할 만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SNS 중독입니다. 외부 자극에 충동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편도체를 가진 개인은 SNS에서 즉각적으로 확인되는 다양한 자극에 쉽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이런 SNS의 사용은 다시금 우울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p. 167
전두엽의 앞부분에 있는 전전두엽은 우울 연구뿐만 아니라 자살과 관련한 연구에서도 흔히 언급됩니다. 우울한 사람이 자살을 기도했다면 7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다시 자살을 시도하고, 10명 중 1명은 5일 이내에 다시 자살을 시도합니다. 즉,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다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p. 168
굳이 흔적을 의식하면서 나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행동이나 일, 또는 어떤 대상이 내 삶의 의미여선 안 됩니다. '어떻게'에만 집중하세요 어떻게 일할지, 어떻게 놀지, 어떻게 사랑할지. 우리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뭐 어때요. 하루가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또 마는 겁니다. 돈도 좀 써보고요. 우리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닙니다. p. 173
5부. 당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것
이제 당신은 당신의 보호자, 당신의 책임자, 1인 가족의 가장 입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요. 당신의 가치를 주입식으로 폄하하는 부정적인 사람들이나 환경들과 우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당신이 품위를 잃을 필요가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p. 184
또다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당신을 들여다볼 때, 입 밖으로 소리 내어서라도 그 순간을 당신이 종결해야 합 니다. "뭐라도 하자." 꾸준한 습관만이 당신의 길을 냅니다. p. 190